지자체들, 확대 시 행정부담 가중 등 우려
감가상각 등 자산 가치 산정 어려움도
“공익 기여도 파악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6742억7780만원.’
지난 한 해 전국 102개 지방자치단체의 344개 공공시설 적자 규모다. 지자체 공공시설 전체가 아닌 건립비가 일정 액수 이상인 시설에 한정된다. 지자체 공공시설 적자의 ‘최소치’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 알 권리와 지방재정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자체 공공시설 운영 현황 공개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자체들은 단계적 완화 또는 유지와 함께 항목 조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일 행정안전부의 ‘2025년 지방자치단체 재정 공시 편람’에 따르면 지자체 공공시설 운영 현황은 해당 공공시설이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건립비가 광역자치단체는 300억원, 기초자치단체는 200억원 이상인 공공시설만 공개 대상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별 시설 유형·구분, 시설명, 건립일, 건물·토지 면적, 운영 방식·형태, 관리 인력, 연간 이용 인원, 내용연수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 자산 가치 변동 현황, 운영 비용·수익, 수익에서 비용을 뺀 순수익이 매년 행안부 지방재정 통합 공개 시스템인 ‘지방재정365’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지난해 현황은 오는 10월쯤 일괄 공시 예정이다.
지자체들은 공공시설 운영 현황 공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뜻을 같이하면서도 행정 부담 가중, 신뢰성 저하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각 지자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는 “정보 공개 확대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공개 기준을 하향할 경우, 관리·검토 대상 시설과 자료가 늘어나 실무 부서의 행정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부산 동구와 사상구, 수영구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 동구는 “기초 지자체는 (현행 공개 대상인) 건립비 200억원 이상 시설이 ‘복합 단지’에 국한된다”며 “일시에 전면 확대할 경우 소규모 동주민센터나 소공원, 주차장 등까지 대거 포함돼 실무 부서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도도 “주민 알 권리 보장 측면에서 공개 대상 확대에 찬성한다”면서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시설까지 포함되면 행정력 낭비가 있을 수 있고 정보 신뢰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적정 수준의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시도 “상대적으로 소규모 시설은 전담 인력이나 관리 시스템 등의 부족으로 데이터 산출이 정확하지 않거나 추정에 의존해 재정 공시의 신뢰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면서 “광역 지자체 우선 시행 또는 일부 지자체 시범 적용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선별적 접근이 타당하다”는 대안을 내놨다.
반면 경북 칠곡군은 공개 대상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칠곡군은 “건립 후 장기간 경과한 시설은 관련 자료 확인과 자산 가치 산정에 어려움이 있고, 복합 시설은 비용 배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자료 작성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공개 기준을 상향하면 지자체의 자료 작성 부담을 완화하고 주요 대규모 시설 중심의 실질적 정보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지자체 공공시설 내용연수, 즉 자산 효용이 지속되는 기간은 통상 40년인데, 내용연수를 초과해 리모델링했거나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시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자체들 사이에선 현행 공시 항목 개정이나 기준 세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충남 부여군은 “공공시설은 주민 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이 대다수라 적자 구도가 많다”며 운영 현황 중 수익 현황의 항목 재고를 요청했다. 무료 개방 등 적자가 불가피한 시설이 적지 않아 주민들에게 ‘세금 낭비’란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도 “자산 가치 변동 현황을 제외하는 등 기존 공시 항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충남 예산군은 “시설 유형 구분이 다소 포괄적”이라며 “조금 더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의 지자체 재정 공시 편람은 시설 유형을 ‘문화·체육·복지·기타’로 나누고, 시설 구분에 예시를 들고 있다. 문화 시설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체육 시설은 ‘체육관, 수영장, 축구장 등’, 복지 시설은 ‘사회 복지관’, 기타 시설은 ‘구민 회관, 과학관, 생태관 등’이다.
대전시가 운영하는 대전예술의전당도 “인건비 등 운영비, 관리 인력, 이용 인원 등 산정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사례를 확대해 작성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원도는 “공익적 가치가 반영된 평가 지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원도는 “공공 문화·체육 시설은 주민 건강권과 문화 향유권 보장이란 공익적 목적이 우선임에도, 공시 자료가 운영 비용 대비 수익 위주로 제시되면서 낮은 수익이 곧 ‘방만 운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특히 주민 무료 개방 시설은 운영 수익이 없는 것으로 표기돼 시설의 기여도가 저평가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또 예약 방법, 장애인 편의 시설, 주차 가능 여부 등 시설 이용에 필요한 정보 공개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권칠승 의원은 “단순히 흑자·적자라는 이분법적 잣대로만 평가하면 복지·문화 등 필수 공공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며 “지자체의 행정력 낭비를 막으면서도 공익적 기여도와 운영 효율성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세분화된 공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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