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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까지… 빨강과 초록에 숨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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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나 인턴기자 sonyu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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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파장으로 경고하는 붉은색, 어둠 속을 밝히는 녹색
서로 반대라 더 선명한 빨간색과 초록색…‘보색’의 시너지
일상에서 무심코 마주하는 신호등의 적색과 녹색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일상에서 무심코 마주하는 신호등의 적색과 녹색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가수 이무진의 노래 ‘신호등’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길을 건너기 전 신호등의 붉은색과 푸른색을 확인하고 붉은 불길을 피할 때면 초록색 비상구 표지판을 따라 대피한다. 빨간 피가 보이는 수술실에는 의료진이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다. 일상에서 무심코 마주하는 적색과 녹색에는 인간의 눈이 빛을 인식하는 방식, 심리와 안전을 고려한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두 색에 담긴 배경을 살펴봤다.

 

초록불이 켜진 신호등. 클립아트코리아
초록불이 켜진 신호등. 클립아트코리아

 

◆ 신호등, 과거에는 파란 불 아닌 흰색 불에 출발했다.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신호등은 적색이 ‘멈춤’, 녹색이 ‘통행’을 의미한다. 해당 색깔로 정해진 배경에는 철도 산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차에는 자체적인 신호 체계가 있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1800년대에는 지금과 달리 빨간색이 ‘정지’, 초록색이 ‘주의’, 흰색이 ‘진행’을 나타내는 신호체계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흰색 신호는 안전하지 않았다. 1900년대 초 빨간색 렌즈가 파손돼 뒤에 있던 흰색 불빛만 드러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진행 신호로 오인해 다른 열차와 충돌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열차 사고 후 ‘진행’ 신호는 초록색, ‘주의’ 신호는 주황색으로 각각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빨간색은 가시광선 안에서도 파장이 긴 편에 속한다. 가시광선은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빛의 구간을 의미한다. 파장이 길면 공기 중에 먼지나 안개 등 입자와 부딪혀 튕겨 나가는 ‘산란 현상’이 적게 일어나 멀리까지 색이 전달되는 특성을 갖는다. 또한 붉은색은 피를 떠올리게 해 심리적으로 공포감과 경계심을 안겨준다.

 

특히 초록색은 빨간색의 보색으로 시각적 대비가 강해 구분하기 용이하다. 초록색 파장은 가시광선의 중간 영역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초록색을 볼 때는 파장이 긴 빨간색에 비해 눈의 초점을 맞추는 근육의 긴장이 적어 시각적 피로도를 낮추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빛나는 초록색 비상구. 게티이미지뱅크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빛나는 초록색 비상구. 게티이미지뱅크

 

◆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이는 초록색 비상구

 

흔히들 빨간색이 위험이라 의식하지만, 비상구 표지판은 초록색이다. 미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녹색 비상구 표지판을 사용한다. 현재 국제표준화기구에서도 이를 공식으로 채택했고 대한민국 국가표준 역시 동일하게 따른다.

 

이는 어두운 환경에서는 초록색이 비교적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간상체와 추상체라는 시각세포가 존재한다. 간상체는 빛이 적은 상태에서 추상태는 밝은 상태에서 사용한다. 비상구는 주로 정전이나 화재로 인한 연기 등으로 어두운 상황에서 필요하다. 이때 사용되는 간상체는 붉은빛보다 녹색 파장을 더 잘 반영해 비상구는 녹색으로 설계됐다. 또한 초록색이 신호등의 녹색처럼 안전한 통행을 의미한다는 심리적 요인도 반영됐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속 의사 ‘백강혁’을 연기하는 배우 주지훈이 청록색 수술복을 입은 모습. 유튜브 채널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캡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속 의사 ‘백강혁’을 연기하는 배우 주지훈이 청록색 수술복을 입은 모습. 유튜브 채널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캡처

 

◆ 붉은 피의 보색, 녹색 수술복

 

초록색 수술복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의학 드라마에서 의사와 환자가 청록색 수술복을 입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중세시대 의사는 성직자를 겸하는 경우도 많아 검은색 가운을 입고 진료를 봤다. 당시 검은 의복은 사제의 옷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식과 성취의 색을 뜻하기도 했다. 이후 18세기 과학의 발전으로 청결과 위생 관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의사들은 점차 흰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를 많이 접하는 수술이 장시간 진행되자 뜻밖의 문제가 나타났다. 수술 중 시야에 녹색 잔상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는 망막 내 ‘원추세포’의 피로로 발생하는 현상인 ‘보색잔상’이 원인이었다. 색채와 명암을 인지하는 원추세포는 색의 파장별로 세 종류로 나뉘는데 한 가지 색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관련 세포가 피로해지기 쉽다. 이때 흰 바탕을 쳐다보면 방금 본 색의 보색이 잔상으로 남는데 이를 ‘보색잔상’이라 한다.

 

만약 수술복이 하얀색이라면 붉은 피를 주시하던 의사가 시선을 돌릴 때 초록색 잔상이 눈앞에 나타나 수술 부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수술복은 적색의 보색인 녹색으로 제작한다. 초록색은 눈의 피로를 줄여주고 수술 중 붉은 혈액이 묻더라도 상대적으로 도드라지지 않아 오염이 눈에 덜 띄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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