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상태 지적하며 고함친 사례는 인정
A씨처럼 당사자는 ‘괴롭힘’을 주장하는데 가해를 부인하는 측에서는 ‘업무 연장선’을 거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판례들을 비교하며 괴롭힘이 인정된 경우와 인정되지 않은 경우를 설명했다.
◆일회성이어도 모욕 정도 등 따져야
둘 사이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반복성인지 일회성인지다. 2023년 괴롭힘이 인정된 판례를 보면, 가해 행위자는 업무 지적을 2시간 가까이 이어나갔다. 이후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도 사직을 강하게 종용해 해당 사건에서는 괴롭힘이 인정됐다.
반면 괴롭힘이 불인정 된 2021년 대전지법 판례에서 행위자는 “너희들 대학 나왔잖아, 근데 이것도 못하냐”며 “대학 나온 사람이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 같은 발언이 일회성에 그쳐 괴롭힘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너무 칼퇴근 아니냐”고 지적한 행위도 일회성에 그쳤다는 이유로 불인정 됐다.
그렇다고 한 번 한 말은 모두 괴롭힘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발언이 이뤄진 장소와 방식, 모욕의 정도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둘만 대면하는 상황과 다른 동료들이 있는 상황은 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받는다.
원청 직원이 다른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에게 청소 상태를 문제 삼아 고함을 친 사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됐다. 직원들 앞에서 피해자들을 향해 “나쁜 애”, “야비한 사람”, “싹수없는 것들”, “이런 좋은 병원에 다닐 자격이 없다”고 말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업무를 지적한다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욕하는 방식이라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갈등은 괴롭힘 아냐”
반대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쟁이 벌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괴롭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자 팀장은 “외부에서 뭘 한다고 했다며? 하려던 것 해라”, “내가 왜 모든 걸 너한테 공유해야 하느냐. 말꼬리 잡지 말고 하려던 것이나 마저 해라”라고 말했다. 법원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기존 갈등의 표출로 판단했다. 누적된 갈등관계가 드러난 것은 맞지만, 이를 넘어선 모욕적인 언동은 없었다고 본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업무상 필요성과 표현 방식이다. ‘업무 지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모든 언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 결과물을 ‘쓰레기’라고 헐뜯은 글을 단체 대화방에 게시한 것은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반면 ‘팀원은 곧바로 의견을 남기지 말고 팀장에서 먼저 이야기한 뒤 글을 남겨 달라’, ‘방송 출연 섭외 요청 건은 사소한 것도 공유해 달라’는 상사의 지적은 괴롭힘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는 지시 과정에서 고성이나 욕설 등 모욕적 언행도 없었다.
법원은 “원고가 적절히 업무를 수행했어도, 팀장인 피고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더 적절한 방식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지적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것 자체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A씨가 들은 “이것도 못하느냐”는 한마디만으로 괴롭힘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발언이 반복됐는지,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을 줬는지, 실제 업무 개선에 필요한 지적이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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