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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잃고 주식판 퇴학합니다”…38일 만에 39% 증발한 코스피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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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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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대비 3521포인트↓…6000선 회복 시도했지만 사흘째 하락
삼성전자 89조 영업익에도 0.7%↓…AI 불안에 미국발 충격까지
개인 이틀새 4.35조 순매도…하이닉스 레버리지 사흘새 ‘반토막’

“1억 가까이 잃고 주식판에서 퇴학합니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전 거래일보다 1.23% 내린 5593.56으로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장중 6000선 회복을 시도했지만 상승분을 반납하며 사흘 연속 하락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전 거래일보다 1.23% 내린 5593.56으로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장중 6000선 회복을 시도했지만 상승분을 반납하며 사흘 연속 하락했다. 연합뉴스

최근 한 주식 커뮤니티에는 9000만원대 평가손실이 찍힌 계좌 화면과 함께 더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코스피 1만 시대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게시판에는 손실을 인증하거나 추가 매수를 후회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38일 전만 해도 코스피는 9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얼마나 더 오를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밀릴지로 바뀌었다.

 

30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중 강세로 돌아서면서 코스피가 6000선 회복을 시도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돌리지 못했다.

 

◆38일 만에 3521포인트 증발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5976.82까지 치솟았지만 6000선을 넘지 못했고, 한때 5547.41까지 밀렸다.

 

지난 28일 10.84%, 29일 5.98% 급락한 데 이어 사흘 연속 하락이다. 지난 27일 종가 6755.75와 비교하면 사흘 동안 1162.19포인트, 17.20% 떨어졌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달 22일 9114.55와 비교하면 3520.99포인트, 38.63% 하락했다. 불과 38일 만에 고점에서 40% 가까이 밀린 것이다.

 

코스닥도 이날 17.90포인트(2.70%) 내린 644.78로 마감했다. 전날 장중 기록한 연저점 630.99와의 차이는 13.79포인트에 불과하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106억원, 13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48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28일과 29일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모두 발동됐다. 두 시장이 이틀 연속 동시에 멈춰 선 것은 국내 증시 사상 처음이다.

 

급락 뒤에는 개인의 손절 매물이 쏟아졌다. 개인은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26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30일에도 1조419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틀간 순매도액만 4조3464억원이다.

 

30일 외국인은 1조3299억원, 기관은 6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개인 매물이 이어지면서 지수는 반등에 실패했다.

 

◆89조 벌고도 하락…실적보다 앞날 봤다

 

이번 하락을 실적 악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냈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확정 실적으로 매출 171조4995억원, 영업이익 89조4924억원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0.0%, 1813.8%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서만 8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이 시작되자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22만6000원까지 뛰었다. 코스피도 6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상승분을 모두 내주고 전 거래일보다 0.72% 내린 20만7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145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5.64% 하락한 13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다음 날에도 매도세가 이어졌다.

 

시장은 이미 나온 실적보다 앞으로 이익이 얼마나 이어질지를 따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분기 매출이 24% 늘었지만 대규모 설비투자 탓에 잉여현금흐름이 5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돈을 언제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에 대한 경계심도 국내 메모리 업체의 장기 성장성을 둘러싼 불안을 키웠다.

 

미국발 충격도 더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 3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면서 시장은 이번 결정을 ‘매파적 동결’로 받아들였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20%로 올라섰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33%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3.55%, 마이크론은 9.94% 떨어졌다.

 

호실적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반면 AI 투자금 회수와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새로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15조원 몰린 레버리지, 사흘새 ‘반토막’

 

낙폭을 키운 또 다른 축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다. 지난 5월27일 상품 상장 이후 7월28일까지 개인이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을 순매수한 금액은 14조7059억원에 달한다.

 

이들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한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빠르게 불어나지만 내릴 때는 손실도 두 배 가까이 커진다.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한 운용사의 리밸런싱 매매가 장 마감 무렵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28일 28.43%, 29일 20.19% 급락한 데 이어 30일에도 11.74% 내린 6995원에 마감했다.

 

사흘간 누적 하락률은 49.6%다. 급락 직전 1억원을 넣었다면 사흘 만에 평가금액이 약 5040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상장 첫날 거래 기준가격인 2만3450원과 비교하면 70.2% 하락했다. 상장 뒤 기록한 장중 고점 4만4385원과 비교하면 낙폭은 84.2%에 달한다.

 

본주가 과거 가격을 회복한다고 해서 레버리지 ETF의 원금이 자동으로 복구되는 것도 아니다. 매일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복리 효과가 손실 방향으로 쌓일 수 있다.

 

반대매매 압력도 남아 있다. 지난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2조7411억원,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783억원이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230억원으로 직전 거래일의 3.1배로 늘었다.

 

이 통계에는 28∼30일 급락으로 발생한 담보가치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사흘간 늘어난 반대매매 규모는 추후 집계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다시는 안 한다”…반대편에서는 조모

 

손실이 커지면서 온라인 투자 게시판에는 “더는 물타기할 돈도 없다”거나 주식 투자를 그만두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반대편에서는 주식을 사지 않은 데서 안도감을 느끼는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반응도 나타났다. 상승장에서 뒤처졌다는 불안에 시달렸지만 결과적으로 폭락을 피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심리다.

 

개인투자자가 급락한 주가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은 대형 전광판에 하락장이 표시된 증권사 딜링룸 모습. ChatGPT 생성 이미지
개인투자자가 급락한 주가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은 대형 전광판에 하락장이 표시된 증권사 딜링룸 모습. ChatGPT 생성 이미지

금융당국은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인다. 주식과 ETF, 채권 등 대용증권은 인정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예탁금 요건을 채워야 한다. 기존 투자자가 추가로 매수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긍정적이다. 다만 개인의 손절 매도와 레버리지 청산, 반대매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5.54% 오르며 6000선 회복을 눈앞에 뒀지만 결국 1.23%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38일 만에 39% 가까이 무너진 것은 지수만이 아니었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의 희망도 함께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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