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아그레망 보류 또는 거부 카드 ‘만지작’
최근 인권 문제로 유엔서 충돌… “보복 조치인 듯”
미국과 프랑스가 인권 문제를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충돌한 가운데 주미 프랑스 대사 교체가 미 수도 워싱턴 외교가의 화제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사이에선 프랑스를 응징하는 차원에서 새 대사 후보자의 ‘아그레망’ 절차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그레망이란 주재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상대방 국가 정부가 대사로 내정한 인물의 부임에 동의하는 것을 뜻하는 외교 용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2023년부터 재직 중인 로랑 빌리 주미 대사의 후임자로 젊은 외교관 오렐리앙 르슈발리에(49) 대사를 지명했다. 르슈발리에는 프랑스 최고 명문 학교였던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외교부에 들어가 2007년부터 3년간 워싱턴 주미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통령실 외교보좌관, 주(駐)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등을 거쳐 현재는 장 노엘 바로 외교부 장관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바로 외교장관의 핵심 측근인 만큼 미국 입장에선 반길 법도 한데 분위기는 영 싸늘하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프랑스의 차기 주미 대사 후보자의 아그레망을 보류하거나 아예 거부하자는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그레망이 지연되면 대사의 주재국 부임이 늦어져 외교 공백이 발생한다. 아그레망이 무산되는 경우 대사 부임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다른 인물들 중에서 대사 후보자를 물색해야 한다.
미국과 프랑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동맹을 맺고 있다. 동맹국 간에 대사 내정자의 아그레망을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자칫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양국 관계가 이처럼 악화한 데에는 지난 24일 유엔 인권최고대표 연임안 표결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 프랑스는 오스트리아 출신 법률가인 폴커 튀르크 현 인권최고대표 연임안에 찬성한 반면 미국은 강하게 반대했다. 튀르크는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반(反)이민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민자 수용 시설 내 사망 사건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사까지 촉구한 튀르크는 미국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유엔 총회 표결에서 튀르크는 투표에 참여한 회원국 167개국 중 144개국의 찬성을 얻어 연임이 확정됐다. 그 직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주재 프랑스 대표부는 미국의 인권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프랑스 대표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 “미국은 한때 인권의 등불이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미국은 오늘날 북한, 니카라과, 말리, 러시아와 함께 고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으로 통하는 북한과 미국을 동급으로 다룬 이 게시물에 미국 행정부는 크게 분노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7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 도중 프랑스 대표가 발언을 시작하려 하자 미국 대표단은 항의 차원에서 전원 회의실 밖으로 퇴장했다. 안보리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뒤 미국·프랑스 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친족 특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29/128/20260729519192.jpg
)
![[세계포럼] 참을 수 없는 국회의장의 가벼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04/128/20260204518473.jpg
)
![[세계타워] 정권 재창출로 가는 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1/128/20260211519104.jpg
)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우리는 저마다 하나의 별이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29/128/2026072951915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