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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화해치유재단 日 출연금 추심 못해… 외교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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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기자 h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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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피해자 유족 1심 패소

손해배상금 활용 거부되자 소송
해산 결정 후 日 재산 해당 주장
법원 “한·일정부가 해결 할 문제”
배상금 추심 첫 시도… 유족 “항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유족이 일본 정부로부터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기 위해 일본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출연금에 대한 추심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위안부 피해자 측이 일본 정부 출연금에 대해 배상금 추심을 시도한 첫 사례다.

 

유족 측은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따라 일본 정부가 돌려받아야 할 재단 출연금을,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대신해 배상금 명목으로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국과 일본이 외교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연합뉴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6단독 정예지 판사는 위안부 피해자 고(故) 길갑순 할머니의 아들 김영만씨가 화해치유재단을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에서 지난달 23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억원의 위안부 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일본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청주지법은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김씨는 일본 정부가 2016년 화해치유재단에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지급한 출연금 1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100억원)을 대상으로 압류·추심 신청을 했고, 지난해 8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화해치유재단은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배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일본 정부의 출연금 반환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해야 할 의무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김씨 측은 정식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됐다. 하지만 재단을 향해 ‘피해자 중심 원칙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2017년 문재인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다시 검토한 끝에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전부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전원 사퇴하며 재단은 사실상 기능이 중단됐고 피해자들의 해산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당시 소관부처였던 여성가족부는 2018년 11월 재단 해산을 결정했다. 현재 재단은 여전히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남은 출연금은 예금 이자 등을 합쳐 총 61억원에 이르지만 정부가 마땅한 처분 방법을 찾지 못해 동결 상태다.

 

문재인정부가 합의와 다르게 재단 해산을 결정함에 따라 일본 정부로서는 본래 취지대로 쓰이지 못한 출연금 10억엔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다는 게 김씨 측 논리였다. 동시에 위안부 피해자는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할 배상금이 있으므로, 피해자쪽이 일본 정부를 대신해 화해치유재단으로부터 출연금을 추심한 뒤 이를 지급받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먼저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데도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려면,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가 주장하는 피보전채권(손해배상금 1억원)은 금전채권이므로 원고가 이를 보전하기 위해 일본의 피고에 대한 권리를 대신해서 행사하려면 원칙적으로 일본의 무자력(채무 변제 능력이 없는 상태)이 요구되지만, 일본이 현재 무자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김씨가 대위권(권리를 대신 행사할 권리)을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을 회수할 수 없을 정도의 밀접한 관련성도 인정할 수 없고 판단했다.

 

나아가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해 일본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피고에 대한 출연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일본의 자유로운 외교행위 내지는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 판사는 특히 재단 해산에 따른 일본의 출연재산 귀속 및 처리에 대해 “대한민국과 일본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이고, ‘일본의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달리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홍성호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미)는 “위안부 피해자 측이 일본 정부의 재단 출연금 중 일부를 배상금으로 받는 것은 일본의 주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아니라, 채권자인 피해자가 채무자인 일본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이라며 “합의에 따라 재단 출연금 10억엔을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해주길 바랐던 일본 정부의 의사와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고를 제기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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