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가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앞당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 명재욱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녹조 현상이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비닐봉지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필름 표면의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켜 플라스틱 풍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학교 캠퍼스 내 오리연못에서 채취한 담수 시료로 미세 생태계를 조성한 뒤 저밀도 폴리에틸렌 필름을 넣고 빛과 영양염 조건을 조절해 녹조(부영양화) 발생 환경을 구현했다.
이후 42일 동안 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되는 미생물막과 미생물 군집, 유전자 변화를 분석하니 부영양화 환경에서는 광합성 세균인 남세균과 다양한 이종영양세균이 함께 증가하며 플라스틱 표면에 두꺼운 미생물막을 형성했다.
미생물을 서로 단단히 결합시키고 플라스틱 표면에 잘 부착되도록 돕는 점액성 물질인 세포외고분자물질(EPS)을 많이 생성하는 미생물도 크게 늘었다.
플라스틱 표면의 미생물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플라스틱의 초기 풍화, 즉 표면이 산화되고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과정도 빨라졌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의 산화와 초기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가진 미생물이 부영양화 환경에서 더 많이 증가한 사실도 확인했다.
실제로 적외선 분광기와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 표면에서는 산소와 반응해 생성된 산화 흔적(카보닐기·하이드록실기)이 증가했고, 잔금 형태의 미세한 균열도 더 많이 관찰됐다. 이는 플라스틱이 더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상태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특정 미생물 한 종이 아니라 광합성 세균과 일반 세균이 함께 이루는 미생물 생태계가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강이나 호수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에 다양한 미생물이 달라붙어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를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라고 하는데 병원균과 미세플라스틱의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각한 수질오염인 녹조가 플라스틱 표면의 미생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명재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 오염과 녹조를 각각의 문제가 아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환경 문제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후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녹조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부영양화와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두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생태학적 변화를 규명한 만큼 수질 관리와 폐플라스틱 관리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인 환경관리 전략 수립의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카이스트 건설및환경공학과 김영주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 지난달 25일 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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