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정보처리 속도↓…男·불우한 성장환경·알츠하이머 고위험군 더 뚜렷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뇌 노화도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연관성은 남성과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APOE-ε4 유전자 변이 보유자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노화 분야의 혁신(Innovation in Aging)에 장기간 지속된 경제적 어려움이 인지 기능 저하 및 뇌 노화 가속화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MRC 국민건강발달조사’에 참여한 영국인 2759명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들의 평생 소득 수준과 경제적 어려움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력과 정보처리 속도를 평가하는 인지기능 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랜 기간 경제적 어려움이나 저소득 상태를 경험한 사람들은 기억력과 정보처리 속도를 평가하는 인지기능 검사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MRI 검사에서도 뇌 위축과 뇌실 확장 등 뇌 노화와 관련된 변화가 더 많이 관찰됐다.
이는 특히 남성과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APOE-ε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자크 웰스 UCL 평생건강·노화연구소 연구원은 “인지 기능 저하는 유전적 요인이나 불우한 어린 시절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겪는 경제적 어려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일시적인 경제난보다 수십 년간 누적된 경제적 스트레스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만성적인 경제적 스트레스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거나 생계 부담으로 인한 지속적인 정신적 부담(인지 부하)을 높여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만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뇌 노화를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정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이 모두 1946년생이었던 만큼 당시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며, 남성에게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것도 당시 남성이 주된 생계부양자 역할을 맡았던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장기적인 빈곤과 경제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사회적 지원이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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