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 첫 흑자 낸 CXMT
14조원 연구 개발 실탄 확보 ‘날개’
韓·中 D램 기술격차 3년·HBM 6년
삼전닉스, 공급망 동맹 구축 박차
미국의 중국산 반도체 배제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정책 탓에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 반도체 업계의 기세가 심상찮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인공지능(AI) 산업 확장 여파로 전 세계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틈을 타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증시 상장에도 성공해 14조원을 확보하며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추격에 나섰다. 동시에 중국 장비 제조사들은 반도체 생산 장비인 심자외선노광장비(DUV)를 국산화하며 미국의 장비 규제까지 무력화시켰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D램 제조사 CXMT는 전날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최대 666억1000만위안(14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1년 전만 해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결과다.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장벽을 치면서 CXMT의 메모리 판매량이 미미했던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AI 열풍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CXMT도 호기를 맞았다. 메모리 반도체 3사로부터 필요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업체들이 CXMT를 찾기 시작했다. 만년 적자 신세였던 CXMT는 2025년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며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CXMT와 비슷한 흐름을 탄 낸드 메모리 제조업체 YMTC 역시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업체의 약진에 힘입어 중국은 핵심 장비 국산화에도 속도를 냈다. 현재 중국 업체는 미국 제재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최신 극자외선노광장비(EUV)와 DUV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외선노광장비는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에 전기 회로를 새길 때 쓰이는 핵심 장비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규제 무력화를 위해 장비 개발에 나섰고 최근 국영 장비 제조사가 DUV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양국 간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격차는 한국이 각각 3년과 6년가량 앞선 것으로 추정되나 중국의 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가 빠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XMT의 D램 점유율은 8%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3%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2배 넘게 끌어 올렸다. 같은 기간 YMTC는 낸드 메모리 시장 점유율 13%를 달성, 샌디스크(13%)와 마이크론(13%)과 동률을 이뤘다. 중국 업체들이 규제 장벽을 극복하고 막대한 실탄을 확보해 기술 개발에 쏟아붓는다면 기술 격차도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내수 시장 규모가 압도적인 데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어 상당한 강적”이라며 “우리(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방심했다간 (이미 중국에 주도권이 넘어간)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부 역량 강화 및 글로벌 공급망 동맹 구축으로 수성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첨단 파운드리 기술을 HBM 제조에 적용, 타사보다 높은 성능의 메모리를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일반 메모리 공정을 이용하는 중국 업체와 달리 더 미세한 작업이 가능한 파운드리 공정을 사용해 성능 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샌디스크와 차세대 낸드 HBF 개발에 힘을 합치며 ‘동맹 전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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