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육상 선수의 성적 대상화를 막기 위해 유럽 방송계가 새로운 중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가운데, 네덜란드 육상 스타 리케 클라버가 “과도한 촬영 제한은 오히려 여성의 몸을 금기시할 수 있다”며 이견을 전했다.
네덜란드 매체 스포르트니우스와 NO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클라버는 최근 네덜란드 육상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유럽방송연맹(EBU)과 유럽육상연맹(European Athletics)이 발표한 여성 경기 중계 지침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새 가이드라인은 여성 선수의 특정 신체 부위를 장시간 비추거나, 뒤쪽 또는 아래쪽에서 촬영하는 저각도 화면, 경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과도한 슬로모션 등을 자제하도록 방송사에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수의 경기력보다 신체가 부각되거나 영상이 온라인에서 성적으로 소비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다음 달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유럽육상선수권대회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클라버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인 촬영 제한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사진기자와 카메라 운영자에게는 각자의 책임이 있다”며 “여성 선수를 촬영할 때는 기본적인 예의와 규범을 지켜야 하지만, 이런 방식이 여성의 몸 자체를 다시 금기시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나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장면 자체를 지나치게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밝혔다. 클라버는 “출발 블록이나 계주 바통을 촬영한 장면에서 엉덩이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바통이 내 엉덩이 높이에 있다면 그 장면이 화면에 담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와 무관하게 여성 선수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촬영은 분명 선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발 자세를 취한 선수의 다리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민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것은 상식과 절제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자신도 원치 않는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었지만 촬영 기자에게 삭제를 요청했고 대부분 이를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클라버는 “육상뿐 아니라 모든 삶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대해야 한다”며 “여성과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클라버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단거리 선수로 200m와 400m가 주종목이다. 2024 파리 올림픽 혼성 4×400m 계주에서 금메달, 여자 4×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지난 26일 열린 네덜란드 육상선수권대회 여자 200m에서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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