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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보다 사람을 만나다…‘이집트, 혼자 여행 다니세요? 그럴 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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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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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혼자 여행 다니세요? 그럴 리가요/한명희/보석글/2만1000원

 

이집트라고 하면 대부분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먼저 떠올린다. 수천 년의 역사가 남긴 거대한 유적은 분명 압도적이다. 하지만 여행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거대한 돌무더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일 때가 많다.

한명희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의 여행 에세이 ‘이집트, 혼자 여행 다니세요? 그럴 리가요’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제목은 혼자 떠난 여행을 말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혼자’라는 말이 얼마나 역설적인 표현인지 깨닫게 된다. 혼자 떠났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던 여행, 낯선 사람들과의 수많은 만남이 결국 이집트라는 나라의 얼굴이 되었기 때문이다.

 

35년 동안 자유여행을 해온 저자는 이번에도 기내용 캐리어 하나와 작은 배낭만 들고 이집트로 향했다. 최남단 아스완에서 최북단 알렉산드리아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가보고,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은 가능한 한 모두 이용했다. 관광버스 대신 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유명 레스토랑보다 시장과 슈퍼마켓을 기웃거리며,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생활인의 눈으로 이집트를 바라본다.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룩소르의 택시 기사들이다. “행복하지 않았으면 돈 안 받습니다.”

우리에게는 영업 멘트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그 말을 단순한 상술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손님이 웃으며 여행을 마치는 것을 최고의 서비스로 여기는 그들의 정서와 삶의 태도를 읽어낸다.

 

책은 ‘사람 관찰기’에 가깝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말을 걸어오는 사람, 시장에서 흥정하는 상인, 길을 안내해 주는 청년, 슈퍼마켓 직원까지 모두가 여행의 주인공이다. 저자는 이들을 특별한 사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기록할 뿐인데, 그 담백함 속에서 이집트 사람들의 유쾌함과 친절함, 때로는 계산적인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덕분에 독자는 피라미드보다 카이로 골목을 먼저 걷게 되고, 신전보다 시장의 소음을 먼저 듣게 된다.

 

시인인 저자의 감수성이 곳곳에서 빛난다. 사막의 풍경이나 나일강의 석양을 묘사할 때는 과장된 수사를 쓰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머릿속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감각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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