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만찬서 인신공격 발언에
조롱 합성이미지 SNS에 올리기도
미 언론계, “대통령 만찬 폐지하자”
소송·기자 소환 조사 줄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주류 언론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만찬에서 CNN 백악관 출입기자 케이틀런 콜린스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이를 조롱하는 합성 이미지까지 SNS에 게시하면서, 워싱턴에서는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이 함께하는 오랜 전통인 WHCA 만찬을 재검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기자 인신공격 일삼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이었던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가 등장했던 과거 맥주 브랜드 버드라이트 광고에서 멀베이니의 얼굴을 콜린스로 바꾼 합성 이미지를 올렸다. 버드라이트가 2023년 멀베이니와 협업했다가 보수 진영의 불매운동을 겪었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에서 콜린스를 맹비난한 바 있다. 당초 4월 25일 열렸다가 무장 괴한의 총격으로 행사가 파행한 뒤 3개월만에 열린 이번 만찬에서 그는 연설 초반에는 언론을 향해 비교적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출입기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CNN 앵커였던 돈 레몬을 ‘TV에서 가장 IQ가 낮은 사람’이라 부르고, 뉴욕타임스(NYT)를 향해선 ‘망해가는 뉴욕타임스’라고 주장했다.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은 콜린스에 대한 공격에서 나왔다. 그는 콜린스를 가리켜 “가짜뉴스로 상을 받았다”며 “그녀는 절대 웃지 않는다. 웃으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콜린스를 지목해 웃으라고 요구해 성차별적 행태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콜린스의 외모를 멀베이니에 빗댔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연설이 끝난 뒤 행사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1921년 설립된 백악관출입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이 만찬은 대통령과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언론 자유의 가치를 기념하는 미국 언론계의 대표적인 연례 행사다. 대통령과 기자가 서로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지만,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행사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를 개인적으로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 장애인 기자 세르주 코발레스키를 흉내내며 조롱하고, 지난해 말 엡스타인 게이트와 관련한 질문을 한 블룸버그 백악관 출입기자 캐서린 루시에게는 ‘조용히 해, 돼지야(Quiet, piggy)’라고 했다. 2016년 대선 당시에는 당시 폭스뉴스 진행자 메긴 켈리가 토론회에서 자신을 강하게 몰아붙이자 “몸 어디선가 피가 나온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미 언론, “대통령과 만찬 폐지해야”
주초 미국 언론계 안팎에선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엔 이 행사에 응하지 않아 이번이 두번째 임기 중 첫 만찬인데, 이마저도 언론을 공격하는 장으로 쓴 트럼프 대통령과 더 만찬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주리대 저널리즘 교수 캐시 킬리는 워싱턴포스트에 “언론의 자유를 믿지 않는 대통령과 왜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마거릿 설리번은 “기자들이 모두 일어나 집단 퇴장했어야 했다”고 주장했고, 뉴욕타임스 백악관 출입기자인 피터 베이커는 엑스(X)에 “우리의 사명은 대통령을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취재할 수 있는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젯밤 행사는 그 목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 이 만찬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라고 적었다. 최근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립기념일 행사와 연설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압박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최근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 등을 상대로 기자들의 취재자료 확보를 위한 소환장을 추진했고, 뉴욕타임스 기자 가족의 통화기록과 대배심 출석을 요구했다가 법원의 경고를 받고 철회했다. 행정부는 또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이들 언론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조사하도록 하는 등 언론과의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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