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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인구를 지웠다…인류 괴롭혀온 전염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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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민 인턴기자 victory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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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감 사망자 5000만명 추정
신종플루, 21세기 ‘첫 팬데믹’
지난 5월 27일 콩고민주공화국 칸야루치냐에서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에볼라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콩고민주공화국 칸야루치냐에서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에볼라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일단 감염되면 2명 중 1명이 목숨을 잃는다. 아프리카 민주콩고공화국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분디부교형’ 에볼라 바이러스 이야기다. 100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스페인 독감부터 코로나19까지 ‘전염병의 역사’를 짚었다.

 

◆ 에볼라 바이러스 현재 유행은 ‘분디부교형’

 

지난 23일(현지시간) 기준 민주콩고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사망자는 1309명이다. 유행 발생 약 3개월 만이다.

 

현재 민주콩고에서 확산 중인 에볼라 바이러스는 6개 아형(형태) 중 분디부교형이다. 주로 구토물이나 혈액 등 체액 접촉으로 감염된다. 의학계에서는 과일박쥐, 영장류 등의 야생동물과 접촉하거나 그 고기인 ‘부시미트’를 섭취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발생 자체는 드물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다.

 

중증 질환을 일으켜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2~21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 독감 및 말라리아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구토, 설사, 복통으로 이어진다. 치명률은 평균 50%로, 10명이 감염되면 5명이 사망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2018~2020년 유행했던 ‘자이르형’과 달리 분디부교형은 승인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주변국을 넘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페인 독감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독감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5000만명 사망했던 ‘스페인 독감’

 

현대 호흡기 팬데믹의 시작인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미 군대 병영에서 시작되어 수백만명의 병력 이동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스페인이 진원지가 아니지만, 당시 중립국으로서 전시 보도 통제가 없던 스페인 언론이 위험성을 적극 보도하면서 이름이 붙었다.

 

일반 독감과 달리 면역 반응이 활발한 20~40대 청년층에서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바이러스가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증후군(사이토카인 스톰)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급성 폐렴과 호흡곤란, 산소 결핍으로 인한 청색증을 보이며 발병 수일 내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약 5억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는 5000만~1억명으로 추정된다. 거의 한 나라의 인구가 사망한 셈이다. 1차 세계대전 전체 사망자 수를 넘어서는 규모다. 역사적 인물들도 피해 가지 못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스페인 독감을 앓아 20여 일간 고생했고, 마하트마 간디 역시 이 시기 독감으로 추정되는 병을 앓아 한동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는 1918년 가을 ‘무오년 독감’으로 불린 이 역병으로 당시 인구 약 1700만명 중 740만명이 감염됐다. 조선총독부 자료에 따르면 14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일손 마비와 학교 휴교 등 사회경제 전반에 타격이 있었다. 근대적 방역 체계의 부재로 피해 규모가 확대됐다.

 

◆ 100만 명 목숨 앗아간 20세기 마지막 팬데믹 ‘홍콩 독감’

 

1968년 홍콩에서 시작된 ‘홍콩 독감(A형 H3N2)’은 20세기 마지막 팬데믹이었다. 기존 바이러스가 항원 변이를 일으키며 등장해 기존 면역 체계를 무력화시켰다. 베트남과 인도, 필리핀, 호주, 아프리카, 남미, 유럽으로 확산했다. 미국에서는 당시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귀국하며 유행했다.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유발했으며, 특히 고령층과 면역 취약계층에서 심각한 폐렴 합병증을 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3년 9월9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검역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검역관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9월9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검역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검역관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21세기 신종 코로나 공포의 시작 ‘사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는 21세기 첫 신종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다.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와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38도 이상의 고열, 기침, 호흡곤란, 비정형 폐렴이 주요 증상이다. 중국 정부의 초기 정보 통제로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국제 항공망을 통해 전 세계 30여 국으로 확산했다.

 

감염자 8096명 중 774명이 사망해 약 10%의 치명률을 보였다. 이를 계기로 국제보건기구(WHO)는 국제보건규칙을 개정했고, 공항 및 주요 시설의 체온 측정 검역 시스템이 정착됐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연합뉴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연합뉴스

 

◆ 21세기 첫 팬데믹 ‘2009년 신종플루’

 

2009년 멕시코와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A형 H1N1 변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는 돼지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력을 가지며 발생했다. 인류 대부분이 면역을 가지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였기에 WHO는 1968년 홍콩 독감 이후 41년 만에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전파력이 강해 짧은 기간 내 전 세계로 퍼졌으며, 소아·임산부·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중증 폐렴 합병증을 유발했다. WHO 공식 집계 사망자는 약 1만 8500명이다. 신종플루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보급과 백신 신속 생산으로 대처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3년 12월15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12월15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지구촌을 멈춰 세운 ‘코로나19’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해 발생했다. 공기를 통한 전염(에어로졸)과 함께 감염 초기 무증상 상태에서도 타인에게 전파되는 특성이 있다.

 

발열, 기침, 미각·후각 상실부터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전신 근육통까지 다양한 증상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국경 폐쇄와 봉쇄 조치(락다운)를 시행했으며, 비대면 중심으로 사회·경제 체계가 전환됐다. WHO 공식 집계 사망자는 약 700만명이다.

 

현재 민주콩고를 덮친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병의 위협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류를 지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구축한 감시망과 신속한 대응 체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국제적 노력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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