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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인생 2막… 건강한 말 키우는 게 최대 목표”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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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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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사 변신 ‘전설의 기수’ 문세영

26년간 2000승 넘게 거둔 ‘황태자’
2026년 은퇴 이후 역할 바꿔 우승 도전
“갓난아기 대하듯 말 바라보게 돼
명마 만드는 건 사람에 달려있어”

한국 경마를 대표했던 ‘전설의 기수’ 문세영(46)이 더는 말 등에 오르지 않는다. 26년 동안 수많은 경주마와 호흡하며 정상에 올랐던 ‘기수 문세영’이 이제는 팀을 이끄는 ‘조교사 문세영’으로 경마 인생의 2막을 열었다.

통산 2000승 이상을 거두며 여러 차례 다승왕에 올랐고, 대통령배와 그랑프리 등 주요 대상경주를 제패한 그는 올해 기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조교사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문세영 조교사가 23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마방에서 자신이 관리하는 말의 상태를 살피며 쓰다듬고 있다. 과천=최상수 기자
문세영 조교사가 23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 마방에서 자신이 관리하는 말의 상태를 살피며 쓰다듬고 있다. 과천=최상수 기자

무대는 바뀌었지만 목표는 여전히 정상이다. 다만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조교사가 되는 것만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문세영이 새로운 길에서 가장 먼저 꺼내 든 단어는 ‘꾸준함’이다. 지난 23일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난 문세영이 밝힌 조교사로서의 철학과 목표다.

기수와 조교사는 같은 경마장에 있지만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 기수 시절에는 몸 관리와 경주 준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말의 건강과 컨디션을 살피고 스태프를 관리하며 마주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기수 때는 거의 내 몸만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가장 달라진 건 말들을 갓난아기 대하듯 바라보게 됐다는 겁니다.”

경주마는 아픈 곳은 없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하루하루 살펴야 하는 ‘아이’에 가깝지만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존재이기도 하다. “말은 시간을 투자하고 관심을 쏟으면 결국 마음을 열어줍니다.”

문세영 한국마사회 조교사 /2026.07.23 과천=최상수 기자
문세영 한국마사회 조교사 /2026.07.23 과천=최상수 기자

그래서 조교사 문세영의 첫 번째 목표는 우승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경주로에 설 수 있는 말을 키우는 데 있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보다 제일 먼저는 정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제 그는 좋은 말을 알아보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말을 길러내는 데 집중한다. 그 출발점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문세영의 철학이다. “좋은 말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은 결국 좋은 사람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우선 우리 스태프들이 가장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기를 원해요. 그렇게 된다면 좋은 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혈통만으로 명마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과 세심한 관리가 말의 잠재력을 끌어낸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준비’다. 26년 동안 문세영이 정상을 지켜온 원동력 역시 ‘준비’였다. 그는 조교사를 ‘1%의 가능성에도 끝까지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기수 생활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똑같은 것 같아요. 몸이든 마음가짐이든 행동이든 준비가 돼 있어야 어떤 미션이든 그 열정으로 소화할 수 있거든요. 조교사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끝까지 도전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세영 한국마사회 조교사 /2026.07.23 과천=최상수 기자
문세영 한국마사회 조교사 /2026.07.23 과천=최상수 기자

그 철학은 팀 운영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해외 경마의 선진 시스템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발전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외국 정보도 생각하고 눈으로 익히고 기록하고 그걸 다시 적용해야죠. 마지막에 그걸 다 이루지 못하고 은퇴를 하더라도 항상 변화가 있는 그런 팀을 추구하고 싶어요.”

스타 기수가 조교사로 변신한 만큼 팬들의 기대도 크다. 선수 시절의 명성이 조교사로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세영은 그 기대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스타 플레이어가 스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만큼 팬들이 보는 눈높이가 엄청 높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문세영 한국마사회 조교사 /2026.07.23 과천=최상수 기자
문세영 한국마사회 조교사 /2026.07.23 과천=최상수 기자

문세영은 조교사로서의 성공도 자신했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성공은 화려한 기록보다 오래도록 꾸준한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저도 기수 때처럼 스타 조교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하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저 사람은 꾸준히 잘했네. 은퇴할 때까지 꾸준했네’라는 말만 들어도 굉장히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26년 전 처음 경마장에 들어섰던 신인 기수 문세영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그 두려움과 겁을 내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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