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들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지시
“젊은이들 복지·미래가 가장 중요해”
인도 Z세대가 주축이 된 ‘바퀴벌레국민당(黨)’의 대규모 시위가 결국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인도 젊은이들의 분노를 촉발한 의대 입학시험 문제지 유출 사건의 심리를 전담할 특별재판부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험지 유출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신속하고 엄격한 처벌을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디는 이 재판부를 “패스트트랙 법원”(fast-track courts)이라고 불렀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사태 피고인들 심리를 목적으로 설치된 ‘내란 전담재판부’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지난 5월 의대 입학시험 문제지 유출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모디가 그에 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디는 “관계 당국과 직원들에게 특별재판부 설치·운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입시 비리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20대 청년들를 위로하려는 듯 “우리 젊은이들의 장래를 해치려는 사람들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의 복지와 미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의사는 최고의 인기 직업이다. 인구가 14억명이 넘는 인도는 값싼 노동력이 넘쳐나는 만큼 젊은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올해도 인도 전역의 5000개 수험장에서 수험생 약 220만명이 의대 입학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의대 입학을 위한 시험 과정에서 심각한 비리 정황이 불거졌다. 시험 문제 출제에 관여한 이들이 지인의 자녀 등에게 몰래 문제 일부를 알려준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수험생들이 시험 결과 무효화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에 나선 가운데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무직 청년들을 겨냥해 “언론이나 SNS를 통해 마치 바퀴벌레처럼 모두를 공격한다”고 나무란 사실이 알려졌다.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이를 계기로 인도에 바퀴벌레국민당(CJP)이란 다소 민망한 이름의 정당이 탄생했다. 당원을 자처하는 이들 대부분은 직업이 없는 2030세대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에 참석해 바퀴벌레 모양의 가면을 얼굴에 쓴 채 “나는 바퀴벌레”라고 외쳤다.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한 인도 정부는 기존 시험 결과를 무효화한 데 이어 지난 6월 재시험을 실시했다. 또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문제 유출 피의자 등 13명을 체포했다. 모디가 공언한 전담 패스트트랙 법원이 설치되면 이들은 곧바로 재판에 넘겨져 심속한 심리 후 중형 선고를 받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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