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재취업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등 중장년·비정규직·지역 일자리 문제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서로 긴밀히 맞물려 있습니다.”
올해 4월 ‘제137회 세계 노동자의 날 기념 노동 시리즈 좌담회’에선 볼멘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고령·장년 노동자는 연금 수령액이 낮고 수령 시기도 늦은 편인데 임금도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여당 국회의원, 노동자협회·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중장년 노동자는 생계 부담이 크고 빈곤 위험도 크다”며 이처럼 현장의 위기감을 전했습니다.
22일 경기도가 공개한 ‘2025년 경기도 중장년 통계’ 분석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주춤했던 경기 지역 중장년층(40~64세)의 경제활동 참여가 뚜렷한 회복세를 띤다는 반가운 소식을 담았습니다. 이들의 고용률은 인구 감소의 악조건 속에서도 취업자 수가 늘며 전체 고용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도는 도내 중장년층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중장년 경제활동인구는 441만4000명, 경제활동참가율은 77.8%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74.4%까지 떨어졌던 참가율은 2022년 76.7%, 2023년 77.1%에 이어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죠.
◆코로나 딛고 다시 뛰는 중장년?…질적 안정성은 과제
취업자 수와 고용 지표 역시 표면적으론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도내 중장년 취업자는 433만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0명 증가했습니다. 고용률은 76.3%로, 같은 기간 도 전체 고용률(63.8%)보다 무려 12.5%포인트 높은 수치였습니다. 연령별 참가율은 40대가 81.2%로 가장 높았고, 50대(79.2%), 60~64세(67.3%)가 뒤를 이었죠. 중장년 인구가 1만3000명 줄었음에도 노동시장 유입은 오히려 활발해진 셈입니다.
해당 지표만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제목이 가능합니다. ‘다시 뛰는 경기 중장년, 지역 경제의 허리가 살아난다.’ 코로나19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오며 주춤했던 도내 중장년층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도는 전담 부서인 ‘베이비부머기회과’를 중심으로 종합 지원책을 가동 중이고, 직무 재교육 수요가 함께 커졌다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여기에 도는 ‘일자리’와 ‘생애전환’을 두 축으로 정립하고, ‘중장년 일자리캠퍼스’와 ‘베이비부머 라이트잡’ 등 단계별 맞춤 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홍보합니다. ‘중장년 행복캠퍼스’와 ‘인턴(人-Turn)캠프’를 통해 퇴직 후 삶의 전환기를 맞은 중장년에게 새로운 사회참여와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지역 경제의 허리인 중장년층이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맞춤형 인구·고용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도 관계자의 멘트까지 붙으면 모든 게 완벽해 보입니다.
◆직무 재교육?…양질의 민간 일자리 고민 필요
그런데 이 통계에는 비정규질·공공일자리 비율이 빠져 있습니다. 수치상의 화려함 뒤에 숨은 노동의 질적 불균형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의 중장년 노동시장은 높은 양적 참여율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질적 안정성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안고 있습니다. 퇴직 후 주된 직무와의 단절, 상용직 감소와 임시·단기 일자리로 내몰림, 홀로 버텨야 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급증이 바로 그것입니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동 현장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산업구조 개편은 이들에게 끊임없는 직무 재교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 당국은 단순 재취업을 넘어 질적 성장을 끌어내는 게 최근 추세입니다.
물론 경기도 역시 꾸준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담 부서 신설과 ‘생애전환’에 초점을 맞춘 직무교육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수년째 찬바람만 불고 있는 민간 취업 시장에선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팽배합니다. 전문가들은 중앙·지방정부 일자리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나치게 공공 위주인 점을 꼽습니다. 공공부문에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데 반해 규제개혁 등을 통한 민간부문 일자리 회복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입니다. 민간 일자리 역시 아직 질적 측면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장년층은 단순한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이끄는 당당한 주체이자 핵심 인적 자원입니다. 이들이 경험과 역량을 살려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이어갈 때 우리 사회 전체의 동력도 함께 살아납니다.
경기 중장년의 땀방울이 더욱 값진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고 사회적 재도약을 뒷받침하는 맞춤형 고용·인구 정책이 향후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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