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캐릭터가 고객의 손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모자를 씌우고 가방과 선글라스를 더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푸빌라’가 완성된다.
유통업계의 소비자 참여 마케팅이 댓글 작성이나 구매 인증을 넘어 브랜드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이 완성된 광고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소비자가 캐릭터를 꾸미고 영상을 제작하거나 자신의 사연을 캠페인에 보태도록 참여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특히 모바일 앱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한 체험형 행사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광고 공모전까지 참여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대표 캐릭터 ‘푸빌라’를 활용해 모바일 앱과 전국 13개 점포를 연계한 인형 키링 꾸미기 이벤트를 선보였다.
행사는 백화점에서 푸빌라 인형 키링을 받고, 앱에서 인형에 입힐 패션 아이템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운데 한쪽에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두 공간에서의 참여를 모두 거쳐야 캐릭터가 완성되는 구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앱에서 참여권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점포별 행사장에서 ‘푸빌라 부루마블’ 등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 참여 고객에게는 푸빌라 인형 키링과 식음료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
앱에서는 22일까지 출석 체크와 친구 초대, 오프라인 매장 1만원 이상 구매, 앱 커뮤니티 가입 등 6개 미션을 운영했다. 모든 미션을 마친 고객은 푸빌라 인형을 꾸밀 수 있는 패션 아이템 랜덤박스를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랜덤박스에는 모자와 상·하의, 가방, 선글라스 등이 담긴다. 고객은 아이템을 조합해 캠퍼스룩이나 데님 클래식, 블랙 힙스터 등 원하는 분위기로 푸빌라를 꾸밀 수 있다. 패션 아이템은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신세계백화점 사은행사장에서 받을 수 있다.
고객이 앱에서 미션을 수행한 뒤 경품을 받기 위해 다시 매장을 찾도록 설계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캐릭터 수집과 꾸미기라는 놀이 요소를 활용해 앱 이용을 오프라인 방문으로 연결한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10만명을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쇼핑 정보와 쿠폰을 제공하던 앱을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 광고를 직접 제작하는 공모전도 이어지고 있다.
스미후루코리아는 프리미엄 바나나 브랜드 ‘감숙왕’을 주제로 브랜드 영상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는 감숙왕 캐릭터와 실제 제품, 로고, CM송 등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제작 방식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직접 촬영한 실사 영상뿐 아니라 드로잉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도 출품할 수 있다. 특정 프로그램이나 제작 기술을 요구하기보다 참가자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맞는 방식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모전은 롱폼과 숏폼 부문으로 나뉘며 별도의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제작한 영상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뒤 참가신청서와 함께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롱폼 부문 1등에게는 감숙왕 골드바 7돈, 2등에게는 골드바 1돈이 주어진다. 숏폼 부문 1등 경품은 골드바 2돈이다. 백화점 상품권과 스미후루 선물세트 등을 포함해 금 10돈 규모의 경품이 마련됐다.
코웨이는 슬립·힐링케어 브랜드 비렉스를 주제로 ‘비렉스 AI 영상 광고·숏폼 공모전’을 열고 있다.
공모 주제는 ‘R7 스트레칭 모션베드’와 안마의자 ‘페블체어2’다. 참가자는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가로형 AI 영상 광고나 세로형 AI 숏폼으로 표현해야 한다.
영상 광고는 30초, 숏폼은 10초 이상 1분 미만으로 제작해야 한다. 모든 작품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제작하고 영상에 AI 제작 사실을 알리는 문구도 표시해야 한다. 제품과 영상 형식별로 한 편씩, 최대 4편까지 출품할 수 있다. 접수는 오는 30일까지다.
총상금은 2000만원이다. 종합 대상 1편에는 1000만원, 부문별 최우수상 4편에는 각각 200만원, 우수상 4편에는 각각 50만원을 수여한다. 우수 작품은 비렉스의 실제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감숙왕 공모전이 실사와 드로잉, AI 등 제작 형식을 자유롭게 열어둔 것과 달리 코웨이는 생성형 AI를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AI로 영상을 만드는 소비자를 새로운 광고 제작자로 끌어들인 사례다.
소비자의 실제 이야기를 브랜드 캠페인으로 연결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농심은 서울시와 함께 ‘인생이 맛있어지는 결혼식’ 캠페인을 진행하고 예비부부의 사연을 모집하고 있다. 모집 대상은 서울시 ‘더 아름다운 결혼식’ 예식장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다.
농심은 사연을 심사해 모두 13쌍을 선정할 예정이다. 올해 9~10월 결혼 예정자 3쌍과 내년 1~10월 결혼 예정자 10쌍이 대상이며 모집 기간은 다음 달 3일까지다.
선정된 부부에게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 300만원을 비롯해 포토부스와 웰컴 푸드, 농심 제품 답례품 등 최대 500만원 상당의 혜택을 지원한다.
결혼식 당일 하객이 방명록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면 농심이 메시지 한 건당 라면 한 봉지를 매칭해 신랑·신부 이름으로 ‘서울 마음 편의점’에 기부한다. 소비자의 개인적인 사연을 결혼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부 활동까지 연결한 것이다.
업계의 참여형 마케팅은 이제 소비자에게 정해진 행동만 요구하는 이벤트에서 벗어나고 있다. 캐릭터를 어떻게 꾸밀지, 브랜드를 어떤 영상으로 표현할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에 따라 캠페인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브랜드가 만든 무대 위에서 소비자가 경품만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마지막 장면을 완성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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