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필름 한 롤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며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표시된 필름 카운터가 25 정도가 되면 고민이 시작됐다. 필름을 새걸로 갈아야 하나 남은 거로 찍어도 될까? 제한된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신중함과 긴장감, 설렘은 지금의 디지털카메라 시대에는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다.
사진기자는 본인이 취재했던 사진을 나름의 방식으로 보관한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필자는 사진의 중요도를 떠나 보관을 많이 하는 사진기자이다. 역사의 중요했던 순간도 있었고, 상황이 기억도 없는 시답지 않은 사진도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은 기념사진도 있고 취재와 출장 중에 보이는 나의 모습도 있다.
아주 먼 옛날의 모습은 아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열어본 나의 외장하드를 독자들과 같이 꺼내보고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명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매년 열리는 '명동 봄 축제'가 1998년 4월 8일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조흥은행 명동 지점 앞 무대에서 열렸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국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었던 그때에도 명동 거리는 축제로 활기가 넘쳤다.
축제의 일환으로 IMF 극복 '무료 이발' 행사가 '명동 봄 축제' 메인 무대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그 당시에는 생소하고 파격적이었던 바디페인팅 공연에도 시민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IMF 외환위기로 대규모 정리해고와 기업 도산이 잇따르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양복을 입고 도시락을 챙겨 출근한다며 집을 나서 관악산, 북한산에서 도시락을 먹고 퇴근하던 그때이다. 서울역 노숙자들도 급증했다.
"포기하지 말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이발을 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구직 활동을 시작하자는 다짐의 '무료 이발' 행사는 우리 민족만이 가능했던 '금 모으기 운동'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사회적 연대의 한 모습이었다. 다시 맞이하고 싶지는 않지만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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