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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때문에 한국어 공부 시작했어요”…韓日 청소년, K문화로 ‘친구’가 되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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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박아름 기자 beaut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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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와 원폭, 일본의 가해 역사까지. 어른들도 다루기 무겁고 민감한 주제에 한일 고등학생들이 함께 직면했다. “사실 역사 문제로 일본을 미워했지만, 너희를 만나 생각이 바뀌었다”는 한국 학생들을 향해 일본 학생들은 “우리가 미래의 평화를 만들어 가자”며 손을 맞잡았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2026 동북아활성화 역사교류 사업 일환으로 일본 히로시마를 탐방 중인 대전 만년고 한일역사교류 동아리 ‘휴먼링크’ 학생들은 21일 후쿠야마 에이신고를 찾아 교류활동을 벌였다. 양교 학생들은 ‘아이엠그라운드’ 게임을 하며 이름을 익혔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2026 동북아활성화 역사교류 사업 일환으로 일본 히로시마를 탐방 중인 대전 만년고 한일역사교류 동아리 ‘휴먼링크’ 학생들은 21일 후쿠야마 에이신고를 찾아 교류활동을 벌였다. 양교 학생들은 ‘아이엠그라운드’ 게임을 하며 이름을 익혔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2026 동북아활성화 역사교류 사업 일환으로 일본 히로시마를 탐방 중인 대전 만년고 한일역사교류 동아리 ‘휴먼링크’ 학생들은 21일 후쿠야마 에이신고를 찾아 교류활동을 벌였다. 전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도 동행했던 에이신고 학생 20여명은 이들을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에이신고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박수로 반갑게 맞이했다.

 

초반의 어색함도 잠시, 양국 학생들은 ‘아이엠그라운드’ 게임을 즐기며 금세 친해졌다. 서로의 이름을 발음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도 연신 까르르 웃음꽃을 피웠다. 이어 에이신고 학생들은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 3개 국어를 활용해 모교의 평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에이신고 학생들 중에는 절반가량은 한국어 능숙자였다. 교내 동아리인 ‘다문화클럽’에서 한국 문화를 꾸준히 공부해 온 덕에 한국어에 능통했다.

 

특히 6년 전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한국어를 배웠다는 3학년 치히로 양은 “대학을 한국으로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며 “BTS를 좋아해 한국어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치히로 양은 “학교를 졸업한 선배 중에 재한 원폭 피해자가 계셨다. 그 선배를 위해서라도 평화를 실천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만년고 학생들이 에이신고 서예실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써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 만년고 학생들이 에이신고 서예실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써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BTS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어 공부를 5년 전 시작했다는 사키 양은 “한국을 너무 좋아하고 자주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하지만 아직 일본 사회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학생들은 이어 ‘평화 실천’을 주제로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평화를 논하기에 앞서 일제강점기 등 한일 양국의 역사적 이해관계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등은 예민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적인 논의 거리였다. 그만큼 신중하고 정중하게 임했다.

 

만년고 임호윤 군은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혹시 기분나빠할까봐 물어보지 못했다”면서 “대화가 트인 후 ‘사실 역사적 문제로 일본을 미워했지만 너희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니 일본 친구들도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다’고 했다”고 했다. 최재이 양은 “일본과의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적 문제로 인해 양국 간 누적된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신고 학생들이 ‘다문화클럽’ 동아리실을 소개하고 있다.
에이신고 학생들이 ‘다문화클럽’ 동아리실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학생들 또한 자국의 ‘가해 역사’를 인지하고 있다며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사카이 양은 “과거를 바꿀 순 없다. 올바로 배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의 토론이 미래의 교류로 나아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지했던 토론을 마친 학생들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학교 탐방을 시작했다. 에이신고 남학생들은 다문화클럽 동아리방에서 저고리와 치마 등 한복을 입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서예실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써보는 시간도 가졌다.

 

교류 행사 말미에 만년고 학생들은 불닭볶음면 등 한국에서 챙겨온 선물 꾸러미를 에이신고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측도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에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더피’ 호랑이 키링을 준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양국 학생들은 더피 키링을 들고 활짝 웃으며 연신 기념사진을 남겼다.

 

니시키도 다카요시 에이신고 교장은 “과거 대전 엑스포와 경주를 방문한 적 있다”며 “이번 교류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와 언어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특히 평화에 대해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양교 교직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학생 간 교류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양교 학생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더피’ 호랑이 키링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양교 학생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더피’ 호랑이 키링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양국 학생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후쿠야마 홀로코스트(대학살) 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로 관련 자료와 유품 등을 전시한 공간이지만, 일본의 군국주의 가해 역사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어 일각에서 ‘반쪽짜리 평화관’이라는 비판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만년고 학생 대부분은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일본 역사관의 이면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김다은 양은 “독일의 홀로코스트 같은 다른 나라의 비극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본인(일본)들의 가해에 대해선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유진 양도 “홀로코스트 기념관처럼 일제강점기 시대 관련 자료관이 일본 내에 있을지 궁금해졌던 하루였다”고 말했따.

 

학생들을 지도한 만년고 문인식 교사는 “학생들이 역사의 모순을 마주하고 스스로 고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큰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교류 사업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역사를 다층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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