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신고로 수거책 검거 도와
“그 사람을 보는 순간 3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평범한 한 택시 운전사의 직감이 거액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상습 수거책 검거로 이어졌다. 과거 전화금융사기로 1억3000만원을 잃었던 경험이 또 다른 피해자를 구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이다.
전북 김제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박모(70대)씨가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을 만난 것은 이달 10일 오후 7시쯤. 평소와 다름없이 한 손님을 태웠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승객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고, 어딘가 초조한 모습으로 “부안 신협으로 가 달라”고 재촉했다. 순간 박씨의 머릿속에는 3년 전 악몽 같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평생 모은 돈 1억3000만원을 잃었다. 돈을 전달하던 수거책의 행동과 이날 승객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었다.
박씨는 승객에게 “김제에도 신협이 있다”고 권유해 김제신협 앞에 내려줬다. 그리고 차를 떠나지 않은 채 승객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승객은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입금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박씨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신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신고를 마친 뒤에도 그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이동 동선, 행동을 계속 관찰하며 112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박씨의 직감과 침착한 신고는 신속한 검거로 이어졌다. 김제경찰서 소속 형사 8명은 현장으로 달려가 이 수거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피해금 2000만원도 회수해 투자 리딩방 사기에 연루된 40대 직장인 여성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이후 수사를 통해 이 피의자가 모두 7차례에 걸쳐 7억7500만원 상당의 추가 범행을 저지른 사실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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