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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전 과정 진두지휘… ‘AI 작업반장’ 제조업 판 흔든다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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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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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자율제조’ 대전환

단순 자동화 넘어 핵심 작업 수행
현대차, 분류·조립·품질검사 투입
LG전자는 30초 단위로 생산 예측
포스코, 용광로 공정 최적화 눈길
테슬라 등 해외 기업도 경쟁 치열

생산 혁신 검증… 미래 경쟁력 직결
민관 20조 투자, AX 총력전 나서

제조업 현장의 생산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사람의 판단을 기반으로 기계가 작업을 수행하던 ‘스마트팩토리’ 단계를 지나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생산 전 과정을 스스로 제어하고 최적화하는 ‘자율제조’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됐다.

기업들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가 생산 상황을 예측하고, 설비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며, 로봇과 물류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AX(AI 전환) 기반 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산업환경 변화 속에서 자율제조 역량은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부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부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AI가 공장을 움직인다…자율제조 속도전

국내 제조 대기업들은 자율제조 구현을 위한 AX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대량생산의 상징이었던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셀(Cell)’ 기반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고도의 AI 알고리즘과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MR)이 부품을 운반하고, 로봇 개 ‘스팟’이 품질을 검사한다. 또 현실 공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생산공정을 실시간으로 모의실험하고 있다.

HMGICS에서 검증된 기술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글로벌 생산 거점에 확대 적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신규 생산기지뿐 아니라 기존 공장들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2028년부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부품 분류와 운반 등 반복적인 물류작업에 우선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조립 등 제조 핵심 공정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가전·철강·조선업 등에서도 AX 고도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LG전자 가전 핵심 거점인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는 AI와 디지털 트윈 시스템이 30초 단위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 상황을 예측하고 자재를 적시에 공급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20% 향상됐고 불량률은 30% 감소했다. LG스마트파크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등대공장은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세계 제조업 혁신을 선도하는 공장을 뜻한다.

포스코는 과거 작업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고로(용광로) 공정에 AI 기술을 접목한 ‘AI 용광로’를 가동 중이다. 딥러닝 기술이 내부 상태를 스스로 판단해 쇳물 온도 편차를 줄이고 연료 사용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제품 설계 자동화까지 AX 영역을 전방위로 넓히며, 설비 노후화와 숙련공 감소에 따른 현장 기술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HD현대 역시 복잡한 선박건조 공정과 용접 동선을 AI로 최적화하는 ‘스마트 조선소(FOS)’ 프로젝트로 고질적인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해외선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경쟁 격화

글로벌 시장에서는 ‘피지컬 AI’를 앞세운 기업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별 AX 사례 분석과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 AI 시장은 지식노동을 보조하는 ‘생성형 AI’와 스스로 판단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를 지나, 궁극적으로는 가상세계의 AI가 현실세계의 장비와 로봇을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 단계로 급격히 재편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AI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조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BMW는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지난해 ‘피규어 02’는 약 3만대 규모의 차량조립 공정에서 성능을 검증했으며, 최근에는 후속 모델인 ‘피규어 03’이 자동차 생산 순서에 맞춰 필요한 부품을 선별·배치하는 ‘시퀀싱’ 작업까지 수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3세대 옵티머스의 대량양산과 생산공정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샤오미는 베이징 창핑에 인력 개입을 최소화해 24시간 풀가동되는 완전 자동화 공장(다크 팩토리)을 구축하면서 스마트폰 1대당 생산 속도를 3초 수준으로 단축하는 등 압도적인 생산 효율성을 무기로 글로벌 제조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부도 제조 AX 승부수… 20조 투자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 데이터와 축적된 공정 노하우를 피지컬 AI 영역과 빠르게 결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향후 글로벌 산업 경쟁은 AI를 산업 현장에 얼마나 빠르고 깊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조업 기반, 고급 인력,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라는 강점을 가진 한국이 AX를 선도할 경우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산업 전반에서도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 제조업 대전환의 길: 제조AI 2030 전략’을 발표하며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예고했다. AX 추진이 늦어질 경우 글로벌 제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30년까지 민관이 20조원을 공동 투입해 기초·고도화·확산·생태계 조성의 4단계 로드맵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제조데이터 수집과 AI 모델·에이전트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다. 은퇴를 앞둔 대한민국 제조명장들의 ‘제조 암묵지’(제조 노하우)를 데이터화하고, 경량 AI 모델부터 제조업 전체를 아우르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단계별로 구축해 전환 기반을 다진다. 제조 AI 전문인력 3만명 양성에도 속도를 낸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정부는 단순 공장 자동화를 넘어 AI와 로봇이 공장을 자율 운영하는 ‘풀스택 AI 팩토리’와 피지컬 AI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특히 제조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사업을 올해 20개소 이상, 2027년까지 누적 100개 현장으로 대폭 확대한다. 확산 단계에서는 지역 산단별 M.AX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산단별 실증 테스트베드, 엣지컴퓨팅센터 등 공용 인프라를 구축한다. 나아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연계 투자와 ‘제조AX 인증’제도로 생태계를 조성해 제조기업 생산성을 50% 끌어올리고, 국내총생산(GDP)을 90조원 늘려 궁극적으로 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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