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태풍 '매미'는 경남 거제 바닷가의 농토를 집어삼켰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 백순삼 씨는 무너진 땅을 바라보는 대신 돌을 하나씩 쌓기 시작했다.
태풍으로 유실된 경작지를 지키기 위한 작은 제방은 설계도도, 중장비도 없이 시작됐다. 백 씨는 무게가 약 60kg에 이르는 화강암을 하나씩 옮겨 시멘트로 틈을 메우는 작업을 반복했다. 생업을 마친 뒤 주말과 휴일마다 이어온 손길은 20여년 동안 2만여 개의 화강암을 쌓아 올렸고, 해안 절벽을 따라 거제를 대표하는 '매미성'을 만들었다.
매미성은 지금도 완성되지 않았다. 백 씨는 여전히 성벽을 다듬고 시멘트를 바르며 축성을 이어가고 있다. 작업장 입구에는 "매미성 쌓는 중, 위험하니 말 걸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매미성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성 아래 해변에는 관광객들이 쌓아 올린 작은 돌탑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누군가는 소원을 담아 돌을 얹고, 누군가는 성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그러나 성벽 틈에는 버려진 일회용 컵과 음료 용기가 남아 있고, 무분별하게 쌓인 돌탑은 원래의 해안 풍경을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입구에는 "매미성은 개인 사유지로서 쓰레기 불법투기 등 기타 모든 토지 훼손행위를 일체 금한다"는 안내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어 "출입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이곳은 지금도 한 사람이 돌을 쌓고 가꾸는 사유지이기도 하다.
태풍으로 시작된 축성은 거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지금도 백순삼 씨는 화강암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며 매미성을 완성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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