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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간 해킹당한 외교부, 직원 정보유출 이제 알리며 '늑장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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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관 통보 후에야 해킹 인지…"유례 없는" 최대 1만명 정보유출
외교부, 과거에도 北·中의 '주요 표적'…사이버보안 강화 필요성

외교부가 직원 전체를 포함해 최대 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유의 해킹 공격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10개월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외교부의 사이버 보안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상의 사이버 공격자가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의 서버를 작년 4∼5월에 장악하고 올해 2월까지 접속했다.

외교부 전경. 연합뉴스
외교부 전경. 연합뉴스

이 서버에는 국립외교원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름, 아이디, 이메일 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가 저장됐는데 외교부는 최대 1만명의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 국정원 요원·군인 정보 유출 가능성도

문제는 이들이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에서 일하는 외교관과 행정직원, 다른 부처에서 재외공관에 파견한 직원 등 외교 일선에서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는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해외 파견 전 국립외교원에서 관련 교육·훈련을 받는데 이 중에는 국가정보원 요원이나 국방부 무관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정보가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의 정보기관 등에 유출될 경우 악의적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이메일 주소만으로 해당 공무원의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을 사칭한 이메일 피싱 등에 사용될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유출은 "유례가 없는 경우"라면서 "국가안보와도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교육이 어려운 시기에 온라인 교육을 위해 구축했고 2022년부터 운영했다.

외교부는 이 시스템 개통 당시, 그리고 이후 매년 수시로 사이버 보안 점검을 했지만, 이번 공격은 올해 2월 초에야 관계기관 통보를 받고 인지했다.

외교부의 보안 점검은 관계기관이나 보안업체, 소프트웨어 제조사 등이 이미 파악한 보안 취약점과 위협 대응에 중점을 두는 데 해커가 이번 공격에 활용한 취약점은 기존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신속한 탐지와 대응이 어려웠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알려지지 않은 공격 기법은 사후 대응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도 이번 공격 이후 해당 취약점을 인지했고, 이후 보안 패치를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직원 전체를 포함해 최대 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유의 해킹 공격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10개월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외교부가 직원 전체를 포함해 최대 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유의 해킹 공격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10개월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 해킹 사실 인지 후에도 5개월이나 지나 공개

그러나 아무리 신종 해킹 기법이라고 해도 시스템에 대한 비정상적인 접근을 10개월이나 허용했다는 점에서 외교부의 사이버 보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올해 2월 초 공격 사실을 인지한 직후 시스템을 차단하고 관계기관과 조사를 진행해왔지만, 아직 정확한 유출·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외교부는 해킹 사실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약 5개월 만인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는 직원에 대한 공지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서 했으며 개별 통보는 아직 준비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 "외교·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사안으로 인식해서 조치, 조사라든가 관련 검토 분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건의 철저한 규명을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사이버 보안 체계를 정밀하게 점검하여 미비점을 보완·개선하고 관련 관리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이 시스템은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외교부 내부망이나 다른 부처 네트워크와는 연결되지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 연합뉴스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 연합뉴스

◇ 북·중 배후 가능성 염두에 두고 조사

외교부는 그간 정부 기관에 대한 해킹 공격을 주로 감행해 온 것으로 지목받는 북한이나 중국이 이번 해킹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주체를 단정할만한 기술적 분석은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여타 국가 등 배후의 해커조직을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국가안보 관련 업무를 하는 특성상 민감한 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종종 해킹 공격의 표적이 된다.

이전에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2024년 사이버 공격 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8월에 외교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 건은 8천697건이었다.

2022년 1월에 이뤄진 해킹 공격으로 외교부의 스팸메일 차단 시스템에 저장된 일부 파일이 외부에 유출된 적이 있는데 당시 해킹 주체가 중국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2025년 3월 미국 법무부는 중국 정보기술 회사 '아이순'의 직원들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 외교부 이메일 계정을 해킹했다며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다만 당시 외교부는 이들이 외교부 이메일 시스템에 무단 접속한 이력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는 가운데 이런 해킹이 공개되면서 외교부의 입장이 다소 난감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두 사건을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 추궁 등 엄정한 법 집행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조차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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