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 관련 의견이 절반 넘어
신혼부부·생애최초 구입자 대해
집단·잔금대출 총량규제 예외 요구
“비아파트 규제 완화로 공급 확대”
고양창릉 대해 “위험전가형” 비판
이달 말 예고된 세제 관련 우려도
결혼 6년차인 김모씨는 지난해 초 이직을 계기로 경기 비규제지역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신혼부부 혜택이 끝나기 전에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80%에서 70%로 낮아지고 전세보증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주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이미 중도금까지 냈는데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 제 인생은 망하게 됩니다. 실수요자와 기존 계약자만큼은 잔금을 치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전세로 살던 무주택자 문모씨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기 전인 지난 5월9일 이전 실거주할 집을 계약했다. 당초 잔금을 일찍 치르려 했지만 매도인 사정으로 잔금일을 11월로 미뤘다. 문씨는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가 이어지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모씨는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평지 아파트로 모시기 위해 2013년 서울의 재개발 주택을 마련했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가 분양을 독려하자 소형 아파트 한 채를 더 분양받아 지방의 실거주 주택을 포함해 3주택자가 됐다. 추가로 분양받은 주택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해 왔지만, 퇴직 후 소득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보니 정부의 세제 개편 소식에 걱정이 늘었다. 이씨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아파트를 하나 더 마련했을 뿐인데, 이제는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14일 마련한 부동산토론회.kr 홈페이지에 올라온 일반 국민들의 사연으로, 20일 오후 2시 기준 홈페이지에는 일주일새 2246건의 글이 올라왔다. ‘주택금융’ 분야가 1039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공급(규제)’ 661건, ‘부동산세제’ 546건 순이었다. 게시판에는 대출 규제 강화와 잇단 정책 변경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내 집 마련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특히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기존 계약을 체결한 무주택자들이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미 중도금까지 낸 실수요자에게는 잔금을 치를 수 있도록 기존 대출 기준을 적용해 달라는 성토가 많았다. 신혼부부에 대해선 생애최초 LTV 80%를 유지하거나 규제가 적용된 기간 만큼 혜택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내 집 마련이 막판에 좌초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유예와 보호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호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임대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이 공급 부족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당장 시장에 매물을 늘릴 수 있는 비아파트와 민간 임대시장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줄을 이었다. 오피스텔과 빌라를 주택 수에서 제외해 공급을 활성화하고,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강화된 전세보증 기준을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제안이 상당했다.
기존 정책을 믿고 입주하거나 청약한 실수요자에게 당초 약속한 권리와 지원 조건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도 잇따랐다.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임차인들은 임대 기간이 끝난 뒤 거주 주택이 제3자에게 매각되면 장기간 살아온 집에서 내몰릴 수 있다며 현재 임차인에게 우선분양권을 부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분양가 역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못하도록 두 곳 이상의 감정평가를 거쳐 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양창릉 S3 나눔형 공공분양 사전청약자들은 사전청약 당시 안내받은 금융지원 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는 제안을 잇달아 올렸다. 시세차익의 30%를 공공과 나누도록 설계된 주택인데도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은 수분양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제안자는 이런 구조를 두고 “‘이익공유형’이 아니라 ‘위험전가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달 말 예고한 세제 개편안 발표와 관련해선 “집 좀 팔게 해달라”며 거래세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작성자 대부분이 집 주인들로 추정되는 만큼 보유세를 낮춰달라는 글이 많았는데, 대체로 “1주택자가 세금 문제로 내 집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징벌적 과세를 지양해달라”는 성토가 주를 이뤘다. 주택 수만으로 세 부담을 정하지 말고 취득 경위와 실제 거주 여부, 임대 이력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을 추가로 취득했거나 직장 발령과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세제상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택 수 대신 보유 주택의 합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보유세를 조정하는 대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낮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23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종합 부동산 토론회를 거쳐 세제 개편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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