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르 “재능·인내 대명사… 국민 통합에 적임”
헝가리가 낳은 전설적인 여성 체스 챔피언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눈길을 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헝가리에서 실권은 의회가 선출한 총리에게 있고,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의례적 역할만 수행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머저르 페테르(45) 헝가리 총리는 이날 공석이 된 대통령 직위에 폴가르 유디트(49)를 추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머저르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재 49세인 폴가르는 우리 국가의 통합을 대표할 수 있다”며 “내일(20일) 폴가르와 만나 대통령직을 수락할 수 있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1976년 7월23일 태어난 폴가르는 불과 나흘 뒤면 50번째 생일을 맞는다.
헝가리에서 대통령은 국민 직선이 아니고 의회 의원들의 투표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뽑힌다. 현재 머저르 총리가 이끄는 여당 티서(Tisza)당이 원내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티서당이 미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확률은 100%나 다름없다.
이날 임기가 끝나는 슈요크 터마시(70) 대통령은 오르반 빅토르 정권 시절인 2024년 3월 오르반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대통령이 됐다. 헝가리 대통령 임기는 5년인 만큼 원래는 오는 2029년 3월까지 재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머저르 총리 취임 후 장장 16년에 걸친 오르반 집권기에 벌어진 온갖 부정부패와 인사 전횡 등을 겨냥한 적폐청산 작업이 본격화하며 슈요크도 적폐로 지목됐다. 의회가 헌법까지 고쳐 가며 슈요크의 대통령 임기 단축을 밀어붙이자 결국 임기 만료를 20개월 앞두고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헝가리 새 대통령이 유력시되는 폴가르는 흔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체스 선수”로 불린다. 어릴 때부터 ‘체스 신동’ 소리를 들은 그는 겨우 12세이던 1988년 체스 올림피아드에 헝가리 여자 대표로 출전해 소련(현 러시아) 선수를 누르고 챔피언이 되었다. 이듬해인 1989년 1월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2014년 8월 정식으로 은퇴할 때까지 25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켰다. 폴가르는 성별 구분 없이 남녀 모두가 참여하는 체스 대회에서도 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올해 2월 폴가르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체스의 여왕’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머저르 총리는 “폴가르의 이름은 수십년 동안 재능과 인내의 대명사였다”라는 말로 그를 대통령에 천거하려는 이유를 밝혔다. 2000년 결혼한 폴가르는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대통령직을 수락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이 쇄도하는 가운데 폴가르 측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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