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평무·강강술래 재해석 무대
공식 홍보행사 지드래곤 연설도
韓 유산보존·관리 경험 공유하며
국제연대 강화 ‘부산 선언’ 추진
여수·고흥·무안·서산 韓 갯벌 4곳
세계유산 2단계 확대 등재 눈앞
사도광산 ‘전체 역사’ 반영 주목
전쟁·분쟁지 3곳 긴급등재 진행
한국이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주최하면서 세계유산 외교 무대의 전면에 섰다.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이자, 한국 유산의 가치와 보존 경험을 각국 대표단에 소개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북소리로 문 연 세계유산위
이날 ‘하늘을 품은 지붕, 세대를 잇는 울림’을 주제로 열린 개회식은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광화문을 배경으로 수문장들이 대북을 두드리는 엄고(嚴鼓)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세 번의 울림에는 인류 공동의 유산을 지키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와 글로벌 위기에 맞선 국제협력, 갈등과 분열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자는 염원이 담겼다. 일무와 신태평무, 강강술래 등 전통 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와 공식 홍보대사로 무대에 오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연설도 이어졌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의장국으로서 회의 운영과 의제 조율을 맡는다.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196개국 가운데 선출된 21개 위원국이 신규 유산 등재와 기존 유산의 보존 상태, 국제지원 방향 등을 심의한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한국이 축적해 온 유산 보존·관리 경험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국제 유산 협력 논의를 주도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세계유산 제도의 5대 전략 목표인 신뢰도와 보전, 역량 강화, 소통, 지역사회에 ‘협력’을 더한 ‘6C’를 담은 ‘부산 선언’ 채택도 추진한다. 기후위기와 전쟁, 개발 압력처럼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위협에 맞서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불과 76년 전 유네스코 가입 직후 한국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대표적인 수혜국이었다”며 “이제 책임 있는 기여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인류 공동의 유산을 보호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위원회가 복합 위기에 놓인 세계유산을 지키기 위한 공동 책임을 되새기고, 인류 공동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희망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갯벌, 6개 권역 확대될까
20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이 신청한 신규 세계유산 후보와 기존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새 유산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는 등재 심의뿐 아니라 이미 등재된 유산을 전쟁과 기후위기, 개발 압력 속에서 어떻게 지킬 것인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보존 상태가 악화된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거나 해당 국가에 추가 보완 조치를 요구하는 결정도 이뤄진다.
국내 최대 관심 안건은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다. 2021년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이 세계유산에 오른 데 이어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을 추가하는 안이다. 확대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갯벌,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6개 구성요소로 이뤄진 연속유산으로 확대된다.
전망은 밝다. 자연유산 분야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이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라는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며 ‘중대한 경계 변경’ 승인을 권고했다. 확대 등재가 확정되면 동아시아-호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서식지인 한국 서남해안 갯벌의 연속성과 대표성을 더욱 폭넓게 인정받게 된다. 최종 결정은 25일 내려진다.
◆일본, 사도광산 후속조치 재점검
한·일 간 외교 쟁점으로 남은 일본 사도광산 문제도 보존관리 의제로 다뤄진다. 사도광산은 지난해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일본은 전체 역사를 성실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전시와 추도식 등을 둘러싸고 후속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회의 결정문안은 일본의 해설·전시 전략과 시설 개선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로 보완을 권고했다. 일본이 관련 진행 상황을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내년 11월까지 이행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일본이 신규 등재를 추진하는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도 주목된다. 일본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와의 교류를 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백제계 기술자들이 참여한 아스카데라와 고구려·당나라의 영향이 확인되는 다카마쓰즈카 고분 등의 역사가 실제 현장 해설과 전시에 충실히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 해변과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미국 오케피노키 국립야생보호지역 등 각국의 신규 후보도 심사를 받는다.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경관과 팔레스타인의 세바스티아, 레바논의 아멜 산성 등 3건은 전쟁과 분쟁에 따른 훼손 우려로 긴급 등재 절차를 밟는다.
러시아 바이칼호와 레바논 티레 유적, 크름반도의 고대 도시 케르소네소스 등 이미 등재된 유산의 보존 상태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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