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인력 편중 ‘반짝 호황’ 우려
“타 산업과 성장 나눌 전략 필요”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가 과거보다 더 크게 소비·투자를 끌어올리겠으나 과한 반도체 쏠림이 다른 부문의 인력·투자를 흡수해 성장기반을 잠식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9일 ‘BOK이슈노트: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반도체 경기 호조는 ‘수출 물가 상승형 교역조건 개선’ 국면임을 감안할 때 교역조건 충격의 규모가 크고 지속성 또한 높아 향후 내수로의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교역조건은 수출 물가를 수입 물가로 나눈 것으로, 수출품 한 단위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의미한다.
한은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처럼 유가 하락이 아닌 수출 물가 상승에 따른 것이라 소비·투자·재정 등 내수증대 효과가 과거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기업의 임금 상승과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는 소비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종웅 한은 조사국 차장은 “기업의 임금·단체협약이 시행되는 내년 정도에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여건 개선과 내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와 재정 운용 여건 개선도 기대된다. 다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제조장비 투자의 6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최근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국내 투자로의 파급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한은은 아울러 “반도체 호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과거 2000년대 호주 등 자원수출국 사례처럼 특정 부문의 높은 임금과 투자수익률이 여타 부문의 인력·투자를 흡수하여 성장기반을 잠식하는 이른바 ‘네덜란드병’의 발생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병은 1959년 네덜란드가 천연가스를 대량 발견해 수출하면서 잠시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제조업 경쟁력이 나빠진 데서 나온 말이다.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는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네덜란드병과 상이하지만, 반도체 부문으로의 자원 집중이 심화될 경우 유사한 구조적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조 성과가 일부 산업·계층에 편중된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중장기 성장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반도체 성과가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과 여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통합·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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