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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당 마음대로 바꾸는 총리, 진정한 국민 대표인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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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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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학자들 중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부 형태로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이가 많다. 선진국 가운데 대통령제 말고 내각제를 채택한 나라가 훨씬 많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당장 주요 7개국(G7) 회원국만 살펴봐도 대통령제 국가는 미국·프랑스 둘뿐이다. 나머지 영국·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 모두 내각제 정부 구조를 갖고 있다. 의회 다수당이 행정부 수반(총리)을 배출하는 내각제 국가는 ‘여소야대’란 개념과 거리가 멀다. 반면 의회와 정부가 분리된 대통령제 국가는 의회 과반 다수당인 야당과 대통령이 맞서는 경우 정국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앤디 버넘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노동당의 새 대표 겸 차기 영국 총리로 확정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앤디 버넘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노동당의 새 대표 겸 차기 영국 총리로 확정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치학계 석학으로 불리는 이들이 대통령제의 최대 약점으로 꼽는 것이 바로 ‘경직성’(rigidity)이다. 이는 대통령 임기가 헌법상 4∼5년으로 고정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표현이다.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도 취임 후 1∼2년 만에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만약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해 여소야대 의회가 출현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민주주의 핵심 원칙인 책임성을 감안하면 이런 대통령은 교체가 마땅하다. 그러나 대통령제 하에서 임기가 끝나지 않은 대통령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탄핵심판 제도가 있긴 하나 국가적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

 

반면 내각제는 ‘유연성’(flexibility)이 최대 강점으로 통한다. 행정 수반인 총리가 국민적 신뢰는 물론 당원들의 지지도 잃고 휘청일 때 신속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총리는 대통령처럼 고정된 임기가 없다. 원내 과반 다수당이 그를 지지하는 한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다. 내각제 국가의 총리는 다수당 대표를 겸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제 국가와 달리 내각제 국가의 총리는 탄핵심판 대상이 아니다. 다만 국민적 인기가 떨어지고 당내 지지율도 하락하면 제아무리 총리라도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정치적 책임’이란 측면에서 내각제가 대통령제보다 우월한 시스템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그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어낸 직후 총리직에 올랐으나, 불과 2년 만에 노동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사의를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그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어낸 직후 총리직에 올랐으나, 불과 2년 만에 노동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사의를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63) 영국 총리가 20일 퇴진한다. 2024년 7월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00석 이상을 석권하는 대승을 거둔 지 겨우 2년 만의 일이다. 2010년 이래 14년 넘게 야당이었던 노동당을 여당으로 만든 공로에 대한 호평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노동당은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했고, 스타머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후임 노동당 대표에는 스타머의 오랜 정적인 앤디 버넘(56) 하원의원이 확정됐다. 내각제 국가의 특성상 버넘은 스타머 퇴진과 동시에 영국 총리직도 넘겨받을 예정이다. 한 나라 국정을 이끌 지도자 선출이 국민 전체가 아닌 특정 정당 소속 의원 및 당원들에 의해 이뤄지는 게 과연 옳은가. 내각제에 회의가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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