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스토리 확장에 충격”
미션임파서블 드론팀과 작업
숲속 질주 압도적 장면 얻어
텅 빈 고속도로에서 말과 자동차가 질주하고, 그 뒤를 괴수가 맹렬히 추격한다. 15일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선보인 것 것은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액션’이다. 이 낯선 속도감과 장대한 화면을 카메라에 담은 이는 ‘곡성’(2016)에 이어 나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홍경표(63) 촬영감독이다. 홍 감독을 18일 화상으로 만났다. 충남 예산에서 송강호·구교환 주연 영화 ‘정원사들’(남동협 감독)의 막바지 촬영을 하던 중, 비로 인해 생긴 이틀간의 휴식 시간을 활용해 인터뷰에 응했다.
―‘호프’는 ‘하얼빈’(2024, 우민호 감독) 다음 작업이었다. 나홍진 감독 작품에 연달아 참여하게 됐다.
“‘하얼빈’ 촬영이 2023년 3월 말에 끝났고, 3일 정도 뒤 바로 ‘호프’ 작업에 들어갔다. 시나리오는 훨씬 전에 받았고, 나홍진 감독이 내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충격이었다. ‘곡성’ 초반부와 비슷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템포는 빠르고, 뒤로 가서는 엄청난 규모로 이야기가 확장된다.”
―긴 촬영과 해외 로케이션 등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참여한 이유는.
“‘곡성’을 함께했기 때문에 나 감독의 작업 방식을 알고 있었고, 이 작품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호프’ 작업은 너무 즐거웠다.”
―루마니아 촬영지는 나 감독과 직접 헌팅했다.
“‘곡성’ 때 산 로케이션도 그랬지만, 이런 장소는 감독과 촬영감독이 직접 찾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나 카페 같은 공간은 연출부가 찾을 수 있지만 숲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라 직접 봐야 한다. 결국 나 감독과 둘이 루마니아 숲에 갔다. 후보지를 정해놓고 보름 정도 돌아다녔다.”
―최종 촬영지가 된 숲은 어떻게 발견했나.
“다른 산들을 보다가 그쪽으로 갔는데 분위기가 괜찮았다. 다른 쪽을 볼까 하고 내려가는 중에 나 감독이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저쪽으로 가보자’고 했다. 더 깊이 걸어 들어갔는데, 이상할 정도로 대규모로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공간이 나왔다. 영화에서 우주선이 떨어진 장소로 등장하는 곳이다. 나 감독의 이상한 ‘촉’으로 거기를 찾아낸 거다. 그곳을 시작점으로 레테자트 국립공원을 구간별로 나눠 훑었다.”
―‘호프’의 분위기와 부합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해발 1300m 정도 되는 곳이었다. 방갈로 같은 캠프에서 지내며 촬영지까지 매일 한 시간 반씩 올라가서 촬영했다. 습기가 많고 이끼도 무성했다. 오후에는 해가 쨍하지만, 숲이 워낙 울창해서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게 중요했다. ‘호프’에는 밤 장면이 없다. 나 감독은 ‘숲을 밤 장면처럼 느끼게 촬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무가 아주 많은 숲을 찾았다. ‘곡성’ 때는 밤 촬영 때문에 정말 고생했다. 나 감독이 ‘호프’ 시나리오를 처음 줄 때도 ‘밤 장면과 비 장면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웃음) 그런데 그 두 개가 없는 대신 다른 난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어떤 점이 어려웠나.
“숲에서 사람도 달리고, 말도 달리고, 괴물도 달린다. 평범한 카메라로는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특수장비가 필요했고, 장비를 가진 팀을 찾았다. XM2라는 팀인데, ‘미션 임파서블’, ‘007’ 시리즈 등을 찍은 드론팀이다. 그들이 가진 바이크와 케이블캠 같은 장비를 숲에 설치하고 테스트하며 촬영했다.”
―포스터에도 등장한, 백마를 탄 어촌계 사내가 ‘성기’(조인성)를 낚아채는 장면도 그렇게 탄생했나.
“정말 어렵게 준비한 장면이다. 위험한 촬영이기도 했다. 조금만 잘못 하면 말에 밟힐 수 있으니까. 모든 타이밍이 정확해야 했다. 와이드 렌즈로 촬영해서 화면에서는 (피사체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 카메라는 훨씬 가까이 있었다. 스콜피오를 장착하고 돌면서 (움직이는 말을) 따라가며 촬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첫 테이크에 완성됐다.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잘 찍혀서 그 순간 나 감독을 비롯해 현장 스태프 모두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크리처물은 처음이다. 기존 작업과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
“크리처가 있는 것처럼 공간을 만들어 촬영해야 했다. 현장에서는 머리가 큰 크리처 탈을 쓴 스턴트 배우가 움직이면서 실제 크기와 동선을 맞췄다. 그 높이와 움직임을 기준으로 공간과 배경을 촬영했다. 스토리보드대로 정확하게 찍는 것도 중요했다. 크리처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한 컷도 허투루 찍을 수 없다. 모든 장면이 크리처와 연결돼야 하니까.”
―질주하는 액션은 ‘호프’의 짜릿한 볼거리다.
“나 감독과 처음부터 이야기한 것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액션 시퀀스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었다. 말이 달리는 액션도, 자동차 액션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나 감독과 함께 앵글과 속도를 고심했다. 카 액션 때는 차량 위에서도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도록 리깅 작업을 진행했고, 영화에 동원된 스텔라 차량만 7대였다.”
―‘호프’의 공간과 속도감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와 렌즈 선택도 중요했을 것 같다.
“카메라는 아리 알렉사 미니, 렌즈는 세계적으로 몇 개 없는 DNA 렌즈였다. 아리에서 렌탈용으로 만든 프로토타입 빈티지 렌즈다. 여러 렌즈를 테스트했는데 이 렌즈가 공간감과 거리감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했다. 와이드 렌즈인데 멀리 있는 피사체가 더 가까이, 사람 눈에 근접한 것으로 느껴진다. 앞에 있는 인물과 뒤에서 따라오는 대상을 찍을 때 이 렌즈가 그런 표현에 잘 맞았다. 이 렌즈를 사용한 건 운이 좋았다. 원래는 다른 렌즈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작가조합 파업으로 아리에서 이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고 급히 연락이 왔다. 촬영 2주 전에 뉴욕에서 다시 테스트했고, 역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감독님의 작업에서 자연광은 중요한 요소다. 이번 영화에서는 어떻게 접근했나.
“실내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조명 없이 자연광으로 찍었다. 촬영할 때 항상 해의 위치를 본다. 차량을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할 때는 해의 방향을 먼저 확인했다. 조명을 쓰지 않고 촬영할 때의 리얼리티를 좋아한다. 물론 그러려면 공간과 시간, 각도가 모두 맞아야 한다. 빛이 절묘한 순간을 노려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어느 공간에 들어가면 어떤 빛이 들어오는지, 어느 방향에서 빛이 가장 좋은지부터 살펴본다.”
―‘호프’는 의상도 강렬하다. 다채로운 의상을 담아내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다.
“정말 ‘힙’하다. 나 감독이 사무실에서 의상 테스트를 굉장히 많이 했다. (범석과 성애의) 경찰복도 여러 버전이 있었다. 뉴욕 경찰 스타일인데, 작은 차이를 계속 조정하더라. 성기 무리 다섯 명도 각각의 조화와 컬러를 굉장히 중시하더라. (트럭) 노인 무리, 덕기 무리 등 모든 그룹의 의상을 힙하게 만들려고 했다. 장면마다 꼼꼼하게 체크하더라.”
―‘곡성’ 이후 약 9년 만에 나 감독과 작업했다. 현장에서 느낀 변화가 있었나.
“많이 유해졌고 훨씬 푸근해졌다. 현장에서도 웃는 일이 많았다. 영화 분위기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곡성’ 때는 웃을 장면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는 코미디가 있는 작품이라 웃고 박수칠 일이 많았다. 황석정 배우의 부검 장면은 현장에서는 훨씬 더 웃겼다.(웃음)”
이렇게 완성된 ‘호프’는 개봉 닷새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홍 감독은 “‘호프’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큰 영광”이라며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을 영화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촬영 중인 ‘정원사들’을 마친 뒤 봉준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앨리’ 후반 작업에 합류할 예정이다. ‘기생충’ 신화를 함께 만든 봉 감독과의 재회에도 관심이 쏠린다.
63세의 촬영감독은 여전히 새로운 풍경을 향한 도전에 목말라 있었다. “힘든 촬영일수록 끝냈을 때 쾌감이 크다. ‘하얼빈’ 때 몽골 사막과 호수에서 극한의 추위에서 촬영했을 때도 그랬고 ‘호프’의 루마니아 숲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에는 극지나 오지 촬영을 하고 싶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국민소득 4만달러 벽](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19/128/20260719514052.jpg
)
![[특파원리포트] 침묵 강요받는 中 55개 소수민족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19/128/20260719514044.jpg
)
![[김정식칼럼] 경상수지 흑자와 3低 호황의 교훈](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19/128/20260719514028.jpg
)
![[심호섭의전쟁이야기] 미국 건국과 독립전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19/128/2026071951401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