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추진 중이지만, 직장인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고 고용 형태가 불안정할수록 이러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6월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6.7%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 고용 형태·기업 규모별 양극화 뚜렷… 여성 비정규직 ‘최대 취약’
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은 노동 조건에 따라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직은 36.3%가 부정적으로 답한 반면, 비정규직은 62.3%에 달해 고용 형태에 따른 차이가 드러났다. 기업 규모별로도 300인 이상 대기업은 30.5%에 그쳤으나, 5인 미만 사업장은 68.6%로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의 경우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응답이 70.2%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휴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전체 응답자의 41.6%가 자유로운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여성 비정규직은 65.9%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제도 사용률이 낮은 남성이나 상위관리자급에서는 이용이 자유롭다는 답변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가족돌봄휴가나 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은 52%로 집계돼, 육아·출산 관련 제도보다 문턱이 더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 원거리 발령에 야근 압박까지… 교묘해진 ‘모성보호 갑질’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를 신청하거나 사용한 노동자를 상대로 한 불이익 조치들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올해 1월부터 6월쯤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출산·육아 관련 갑질 상담은 신원이 확인된 사례만 36건에 이른다.
상담 사례 중에는 육아휴직 기간 중 사측으로부터 퇴사 통보를 받거나, 복귀 후 조직적인 따돌림을 당한 경우가 포함됐다. 단축 근무를 신청하자 고의로 업무량을 늘려 야근을 유도하거나, 연고지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복성 발령을 낸 사례도 확인됐다.
직장갑질119 측은 “사업장 규모나 고용 형태, 임금 수준 등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좌우되는 상황”이라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당연시되는 조직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신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불이익 조치에 대한 상시 근로감독 체계를 구축하고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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