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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원화결제 기관 통해 외국인 간 원화거래 제한 없이 허용한다…원화 국제화 로드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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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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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이 우리 정부에 ‘역외원화결제기관’으로 등록만 하면, 원화계좌를 직접 개설해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번거롭게 국내 외국환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역외원화결제기관을 통해 자유롭게 원화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달 초 외환시장을 24시간 개장된 데 이어 역외 원화거래에 대한 규제 역시 대폭 완화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우리 외환정책이 일대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외환당국은 원화 국제화에 맞춰 공공부문 외화자산을 유사시 외화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2의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등 대외안전판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그간 우리 외환정책은 외환위기 재발 방지에 맞춰 운용돼 왔다. 다시 말해 원화를 국제화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은 일부 포기했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고도화되고, 자본시장이 선진화된 만큼 원화 국제화를 추진할 시점에 왔다고 밝혔다.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원화를 국제화 한다는 것은, 통화를 국제화함으로써 우리가 잠재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모두 누리겠다는 그런 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면서 “외환정책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한 변곡점, 전환점이 되는 시기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맵의 핵심은 외국인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원화 거래가 가능하도록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점이다. 이달 6일 외환시장을 24시간 개장한 데 이어 역외원화결제시스템도 구축되는 셈이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역외 원화거래 자유화는 역외원화결제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은 해외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예금·대출 등 원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춰 재경부에 사전 등록한 기관을 말한다. 역외원화결제기관은 원화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이 원화계좌를 통한 외국인 간 원화거래에 대해서는 외환법령상 자본거래 사전신고가 면제된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원화 결제를 하기 위해 국내 외국환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역외 원화 자본거래시 사전신고도 해야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채권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싶을 때 국내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뉴욕 의 JP 등 글로벌은행에 본인 명의 원화 계좌를 개설한 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외국인 간 원화거래의 최종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 1월에 한은에 역외원화결제망(가칭)이 신규 구축된다. 이 결제망은 24시간 운영돼 외국인은 야간 시간대에도 시차 없이 원화자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외환거래 규제도 완화된다. 외국인 대상 원화자금 대출 등 자본거래 사전신고 기준금액이 2배 이상 대폭 상향된다. 또 외국환은행의 자금 운용 편의를 위해 역내계정에서 역외계정으로 이체할 수 있는 자율한도(역외외화자산평잔의 10%) 상향이 검토되는 등 금융기관 규제도 개정된다.

정부세종청사 내 재정경제부 청사 현판.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내 재정경제부 청사 현판. 연합뉴스

원화 자유화에 맞춰 수요 진작책도 함께 마련됐다. 외환당국은 우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권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증권거래·결제 자동화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예탁원 결제시스템의 국제 표준 시스템 연계를 통해 거래·결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효율성·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의 국채투자 확대 유도를 위해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내에서 외국인 간 국채·통화안정증권(통안채)의 대차 거래도 허용키로 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이 무역대금 결제 등에 원화 활용시 금리를 우대해주고, 인도네시아에 이어 주요 교역국과 자국 통화로 수출입대금을 지급하는 현지통화 직거래 체계(LCT) 구축도 추진한다.

 

원화 유동성 공급도 확대된다. 야간 역외 결제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1단계로 민간 유동성 공급 방안이 마련된다. 외국 금융기관이 일시차입을 통해 결제 등에 필요한 원화를 외국환은행으로부터 제한 없이 조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로는 야간 시간 역외 결제망 내 자금수요 등을 감안해 한은의 추가 유동성 제공 여부도 검토된다. 한은 역외원화결제망 시스템 고도화 전까지 정부 외평기금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한 무역금융 제공 사례와 유사한 시스템을 다른 국가로 확산하기로 했다.

 

외환당국은 원화 국제화에 발맞춰 리스크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먼저 대외안전판 확충을 위해 시장중립적 방식으로 외환시장 안정 여력을 점진적으로 확충하고, 공공부문의 외화자산이 유사시 외화 유동성 공급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한다. 또 역외 원화시장의 유동성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지표(역외원화결제기관의 가용 원화 유동성 등)를 신설해 점검한다. 외환당국은 역외 원화시장 유동성, 역외원화결제기관 개별 위험으로부터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 보호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형렬 국장은 “(이번 조치로 원화) 변동성 확대는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리스크가 있지만, 다른 편의성이 크다고 보고 이번 조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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