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르 “오르반의 괴뢰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가 다 내쫓을 것”… 강경론 고수
헝가리에서 총리가 대통령을 사실상 해임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새 집권당이 총리의 방침을 받들어 통과시킨 헌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공표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오르반 빅토르 정권(2010년 5월∼2026년 5월)의 16년 임기 동안 요직에 발탁된 인사들이 임기 만료 전 줄줄이 낙마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슈요크 터마시(70) 대통령은 이날 최근 여당인 티서(Tisza)당 주도로 의회에서 가결된 헌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슈요크 본인의 대통령 임기를 19일 자정을 기해 끝내는 내용도 담겨 있다. 헝가리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지난 2024년 3월 당시 총리이던 오르반의 지원 아래 헝가리 국가원수가 된 슈요크의 임기는 오는 2029년 3월까지였다. 하지만 헌법 개정으로 그는 임기 만료를 20개월가량 남겨놓고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법률가인 슈요크는 오르반 정권 시절인 2014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됐다. 이어 2016년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오르반은 2024년 전임 대통령이 비리 스캔들에 연루돼 스스로 물러난 뒤 슈요크 당시 헌재소장을 여당인 피데스(Fidesz)당의 대통령 후보자로 지명하고 적극 후원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헝가리에서 대통령은 국민 직선이 아니고 의회 의원들의 투표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선된다. 정치와 행정의 실권은 의회가 선출한 총리에게 있고, 대통령은 의례적·상징적 국가원수 역할만 수행한다. 그런데 헌법 개정안을 비롯한 모든 법률안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야 공표가 이뤄지는 만큼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총리와 대통령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국정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올해 4월 티서당을 이끌고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머저르 페테르(45) 현 총리는 오르반 시대를 겨냥한 적폐청산을 선언하며 첫번째 표적으로 슈요크를 선정했다. 머저르는 선거 직후 슈요크를 겨냥해 “당신은 헝가리 국가의 통합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5월31일까지 스스로 물러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슈요크가 ‘헝가리 법치주의 수호’를 명분 삼아 대통령직 계속 수행 의사를 밝히자 머저르는 최후 수단으로 헌법 개정 카드까지 동원한 끝에 그를 몰아낼 수 있었다.
슈요크는 시작일 뿐이다. 현재 헝가리 의회에서 여당인 티서당의 의석은 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넘는다. 헌법 개정을 비롯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달 초 임기가 한참 남은 콜타이 안드라스(47) 언론위원장 겸 국가언론정보통신청(NMHH) 청장이 직무에서 쫓겨났다. 콜타이는 오르반 정권 시절 헝가리 언론 통제의 총책임자였다. 머저르는 콜타이를 해임하며 “독립적인 공영 미디어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머저르는 총선 승리가 확정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 대법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을 겨냥해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16년간 오르반 정권을 섬겨 온 괴뢰(꼭두각시)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가 쫓아낼 것”이라며 “오르반 정권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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