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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꿈꾸던 ‘여고생’ 화마에 잃어... 은마아파트 화재 원인은 인테리어 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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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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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167쪽 보고서로 전기 배선 결함 가능성 이례적 제기… 유족 엄정 수사 촉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뉴스1

 

딸의 고등학교 입학에 맞춰 이사한 지 불과 닷새째 되던 날, 평범한 출근길이 가족의 비극으로 변했다. 업무 생각에 서둘러 집을 나섰던 김모(59)씨는 그것이 큰딸과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출근 직후 주방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염은 순식간에 집 전체를 집어삼켰고, 의사를 꿈꾸던 고교생 큰딸은 화마 속에서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해당 매물은 은마아파트 4000여세대 중 주방과 바닥, 화장실, 전등까지 전면 개보수된 유일한 세대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사 당시 주방에 인덕션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집 안에는 본드와 페인트 등 공사 잔향이 짙게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이후 5개월간 화재 원인은 미궁 속에 빠져 있었지만, 최근 소방 당국이 인테리어 공사와의 연관성을 지목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 물리적 증거는 전소... 이례적으로 부각된 ‘전기 배선’ 결함 가능성

 

 

19일 강남소방서가 작성한 167쪽에 이르는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팀은 이번 사고를 일단 원인 미상으로 종결했다. 발화 원인을 명확히 가리키는 물리적 증거들이 모두 불에 타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팀은 보고서를 통해 이사 직전 진행된 전기 배선 공사 과정에서 업체 측의 부주의가 화재의 원인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부각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방 천장 내 전선들이 불안정한 방식으로 연결된 데다, 불연성 보호재마저 씌워지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화재 발생 직전인 1월쯤 중개업자의 권유로 세대를 전면 개보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 편의성 앞세운 ‘쥐꼬리 접속’... 위험천만한 무자격자 시공

 

당시 인테리어 업체는 내벽을 허물어 주방을 넓히는 과정에서 조명을 하나로 합치는 전기공사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은 두 전선의 피복을 벗겨 구리 선끼리 꼬아놓은 뒤 절연 테이프를 감는 이른바 ‘쥐꼬리 접속’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자는 전용 커넥터보다 안전한 방식이라 주장했으나, 조사팀은 접속부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하고 접촉 저항을 올려 국부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 결함으로 인한 발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전선을 만진 작업자들은 전기 기술 자격증이나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예방을 위한 보호용 관도 설치되지 않아 발열에 취약한 환경이 겹겹이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신구 전선의 혼용과 연속적인 쥐꼬리 접속이 안전 점검 없이 시공되면서 화재를 유발했다는 추정이다.

 

◆ 은마아파트 안전 화두로... 유족은 엄정한 수사 촉구

 

해당 인테리어 업체는 관리사무소에 배선 공사를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등만 기재됐을 뿐 전기공사는 누락됐다. 업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실수로 적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김씨는 “천장 내 배선은 주민들이 알 길도 없고 누구도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며, “사람이 죽고 남은 가족도 중화상을 입은 만큼 화재 원인과 배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불에 취약한 노후 아파트의 소방 설비 등 안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으며, 결과적으로 20년 넘게 표류하던 은마아파트 재건축 여론에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화재 발생 4개월 뒤인 이달 2일쯤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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