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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KAI 주인 될까…‘민영화’가 바꿀 K방산 판도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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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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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AI 지분 12.44%…경영 참여 본격화
‘주인 없는 KAI’ 끝날까…정부 선택이 변수
인수 땐 K방산 수직계열화…독과점 우려도

한화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빠르게 늘리며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KAI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이 변화하면 정부와의 교감을 거쳐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판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판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2016∼2018년 KAI 지분을 전량 매각했던 한화 측이 지난해부터 지분을 재매입하고, 올해에는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한 것을 감안하면 KAI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성 있어

 

현재 한화그룹이 확보한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을 포함해 12.44%에 이른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KAI 보통주를 장내매수하기로 하고, 연말까지 5000억 원 한도 내에서 추가 취득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연말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기준인 15%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과의 격차도 크게 줄어든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고정익동에서 KAI 직원들이 TA-50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고정익동에서 KAI 직원들이 TA-50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는 정부 정책 변화로 한국수출입은행이 KAI 지분을 매각할 때, 한화그룹을 강력한 우선협상 후보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경쟁사들은 인수를 시도할 의지를 갖지 못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인수합병과 내부 개편을 통해 방위산업 분야 역량을 키워왔다.

 

한화오션과 미국 필리조선소, 쎄트렉아이 등을 인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지상 방산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화 측이 KAI에 대해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정부 정책 전환에 따라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닌 KAI 지분이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 한화가 전량 인수하는 것이다.

 

안정적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KAI를 순수 민간 방위산업체로 전환시키는 시나리오다.

 

독일 라인메탈은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방산업체로서, 지상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치며 육·해·공 종합방산업체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앞에 T-50 훈련기가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앞에 T-50 훈련기가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 측이 상당한 지분을 이미 매입한 상황에서 한국수출입은행 지분을 모두 사들일 필요성은 낮다는 관측도 많다.

 

한화 측이 최대주주 지위 확보에 필요한 수준의 한국수출입은행 보유 지분만 사고, 일부 지분은 한국수출입은행이 그대로 보유함으로써 정부가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시나리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목이다.

 

유럽에선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나발그룹 등 주요 방산업체 중 상당수가 정부 지분이 포함되어 있다. 

 

방산수출 협상에서 ‘국가 대 국가’ 신뢰를 제공,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얻게 한다. 특정 민간 기업의 독점적 협상력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한화그룹이 현재의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KAI 경영에 참여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가 사업 수주 이후에 협력 파트너를 정할 때 한화 측이 의견을 내거나, 임원진에 한화 측이 추천한 인사가 임명되는 것만으로도 경영 참여”라고 설명했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직원들이 KF-21 양산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직원들이 KF-21 양산기들을 제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어떤 형태든 정부의 태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정부 자산 매각을 중단·보류하고, 필요한 매각은 국무총리 재가를 거치도록 했다. 자본시장법 개정 변수도 있다.

 

인수 관련 절차도 있다.

 

한화 측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KAI 지분을 매입하려면, 방위사업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승인에 앞서 방위사업청과 협의해야 한다.

 

일각에선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한화 측이 정부와 물밑 교감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그렇지 않은 채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조립중인 KF-21 양산1호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조립중인 KF-21 양산1호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주인없는 회사’ 문제 해소 가능

 

한화가 KAI의 최대 주주가 되면, KAI를 둘러싼 가장 큰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 ‘주인없는 회사’라는 리스크다.

 

사실 KAI는 한국수출입은행이라는 최대 주주가 있다. 그럼에도 ‘주인없는 회사’로 불린다. 최대주주가 경영에 제대로 참여했는지를 따지면, 이같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탈레스·레오나르도처럼 정부가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투자·생산·연구 활동을 주도한다면, 실질적인 주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KAI의 경우엔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 지위에 걸맞는 경영 활동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KAI는 최근 전자전기 사업과 UH-60 성능개량 사업,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미 해군 훈련기 사업은 입찰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KF-21 체계개발이 종료된 시점에서 소해헬기와 상륙공격헬기 개발도 조만간 완료된다. 이후 KAI에선 방산 분야에서 확보한 신규 엔지니어링 사업이 마땅치 않다. 

경찰 요원들이 경찰용 수리온 헬기에서 강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찰 요원들이 경찰용 수리온 헬기에서 강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민수 분야도 마찬가지다.

 

소형민수헬기(LCH)는 판매실적이 거의 없고, KT-100 항공기는 유일한 사용처였던 공군조차 외국산으로 대체했다. 누리호 로켓 산업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확보한 상태다.

 

명목상 주인은 있지만,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며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주인은 없는 것과 같다.

 

방산이 사업 핵심인 한화 측이 KAI 최대주주가 된다면, 한화그룹의 풍부한 자금을 토대로 업체 차원의 연구개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한국군 소요확정 전에 신기술을 개발했다가 소요가 확정되면 곧바로 제시해서 경쟁사보다 한 발짝 앞서가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무기나 기술을 자체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KAI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패키지 수출 경쟁력 강화도 가능하다.

 

최근 수출은 기체 단독이 아닌 엔진·전자·무장·유지보수 등을 한데 묶은 형태로 이뤄진다. 한화와 KAI가 공동 마케팅 및 리스크 대응을 한다면, 시너지는 더욱 커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 측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지상(한화에어로스페이스)·해양(한화오션)·전자(한화시스템)를 확보하고 있으나, 기체 체계종합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KAI를 인수하면 육·해·공·우주에 이르는 수직계열화와 더불어 기체-엔진-전자-무장으로 이어지는 항공 분야 벨류 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

 

◆독과점·경쟁 격화 우려도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방산 생태계 독과점 위험이다.

 

KF-21 전투기와 소형무장헬기(LAH)를 포함한 KAI의 고정익·회전익 생산은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진행한다.

 

로켓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진행하는 상황에서 고정익·회전익까지 한화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면, 독과점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재무적 부담이 어느 정도일지도 불확실하다.

 

항공 방산은 단기 수익 회수가 쉽지 않다. 인수 후에도 추가 운전자본이 투입되어야 할 가능성이 있는데, 기간과 기술적 리스크 등에 따라 자금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든 시뮬레이터를 관계자들이 조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든 시뮬레이터를 관계자들이 조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 측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한 상황에서 KAI까지 확보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방산업계 경쟁이 한층 격화될 수도 있다.

 

한화 측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직후 방산업계에선 ‘한화 대 반(反) 한화 구도’ 형성에 따른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법적 공방과 이의신청까지 진행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과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1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자로 선정된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도 경쟁업체 간 평가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1년 정도 지연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남 창원1사업장에 생산한 F404 엔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남 창원1사업장에 생산한 F404 엔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구조가 더욱 뚜렷해질 경우 방위사업청의 사업 추진과 더불어 방위력개선사업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투기·헬기를 만드는 KAI의 변화는 국내 방위산업의 미래 모습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다.

 

K방산이 대규모 기업집단 위주의 발전 전략을 추구할 지, 제3의 대안을 모색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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