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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는 구원과도 같았다”…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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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준·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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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자회견서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우려

부산 돌려차기·세종 집단 성폭행 등 피해자
“경찰이 놓친 증거 피해자가 대신 찾아야해”
“피해자 참여권 확대 방향으로 개혁 이뤄야”

역대 법무장관·검찰총장 등도 입장문 통해
“검사 수사권 부정, 법리 안 맞고 위헌 소지”
 “피해자를 배제한 검찰개혁은 개혁이 아닙니다.”

 

2023년 5월 인천 강화도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유기치상 사건’ 피해자의 딸 한지유(가명)씨는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국회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것과 관련, 성폭행·살인 등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직접 겪은 일들을 생생히 증언하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자 피해자와 그들의 변호인이 자발적으로 연 회견이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등을 돌린 채 피해사실 등을 증언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등을 돌린 채 피해사실 등을 증언하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여권 의원들이 발의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 중인 3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검찰 권한 축소에만 치우진 나머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씨는 이날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놓친 증거를 피해자가 대신 찾아야 하는 나라에서 그나마 남은 보완수사 통로까지 없애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강화도 가정폭력 유기치상 사건은 집에서 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발견한 남편이 ‘가정폭력으로 의심받기 싫다’는 이유로 딸에게 아내의 사진만 찍어 보낸 뒤 방치한 사건이다.

 

당시 한씨는 경찰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의류,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확보 등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증거 확보에 나섰고, 이미 혈흔과 CCTV 영상 등은 지워진 상태였다고 한다. 한씨는 “경찰의 초동수사는 분명히 실패했고, 수사기관의 일을 피해자 가족이 직접 찾고 요구해야 했다”며 “이 실패는 가해자에게 방어의 기회가 됐고, 피해자에겐 입증 기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회견에는 한씨를 비롯해 ‘부산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가명)씨, ‘분당 서현역 묻지마 흉기·차량 테러’ 사건 유족, ‘세종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씨 등 7개 강력범죄 사건 피해자들이 참여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씨는 “가해자가 사흘 동안 도주했지만 저는 어떤 보호도 받지 못 했고, 경찰은 제 상처조차 제대로 촬영하지 않아 친언니가 대신 찍어야 했다”며 “피해자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서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면 결국 피해자만 더 오래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검찰개혁은 피해자 의견 수렴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제도 변화로 인해 피해자가 겪어야 할 재판 지연과 보호 공백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정씨는 회견에 참석하지 못해 사회자가 발언문을 대독했다. 피해자가 2018년 또래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며 2024년 고소했지만, 경찰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송치했다가 검찰의 재수사 요구 끝에 공소시효 직전 기소돼 유죄 판결이 나온 사건이다. 정씨는 “경찰은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인 제가 직접 증거를 찾아다녀야 했다”며 “보완수사는 제게 구원과도 같았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 같은 수사기관이 같은 결론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강력범죄 피해자와 변호인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연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든 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강력범죄 피해자와 변호인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연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든 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피해자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가해자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 같아 절망했다”며 “다행히 검찰이 직접 수사해 기소가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잊고 싶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진술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지인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수사·기소기관의) 간판만 바뀌어서는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수 없다”며 “피해자가 빠진 개혁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라고 했다.

 

2023년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당시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김혜빈씨의 유족은 “불기소 이유를 설명받을 권리와 수사 진행 상황을 알 권리, 의견을 제출할 기회 등 피해자 참여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오지원 변호사는 “(문재인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지난 5년간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는데, 이를 해결할 장치 없이 보완수사권만 폐지하면 결국 피해 회복과 구제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조윤희 변호사는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피해자가 어떻게 진실에 접근하고 절차에 참여할 수 있을지가 (개혁 과정에서) 함께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퇴직자들의 친목 단체인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와 뜻을 같이하는 역대 법무장관·검찰총장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 “검사의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인정하면서 그에 따른 수사를 부정하는 것은 법리상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현행 헌법상 위헌 소지마저 있다”며 “법사위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형사사법체계를 정상화하고, 국민 권익의 부당한 침해를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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