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제237주년 기념일을 맞아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독일 총리가 샹젤리제 열병식에 함께한 것은 지난 2019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2021년 12월 퇴임) 이후 처음이다.
14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바스티유(Bastille) 데이’인 이날 파리에선 6800여명의 군인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한 열병식이 거행됐다. 1789년 7월14일 파리 시민들이 정치범 수용소인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것에서 프랑스 혁명이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매년 7월14일 혁명 기념일을 바스테유 데이라고 부른다.
이번 행사는 오는 2027년 5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열병식이란 점에서 예년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 dpa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프랑스의 방위비 지출이 대폭 늘고 국방력도 그만큼 커졌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마크롱 옆 귀빈석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단연 시선을 집중시킨 지도자는 메르츠 독일 총리였다.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6월14일 나치 독일 군대는 프랑스군을 격파하고 파리를 점령했다. 당시 독일군이 개선문을 통과해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는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굴욕적 장면으로 통한다. 파리는 그로부터 4년 넘게 지난 1944년 8월25일에야 자유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 연합군에 의해 해방됐다.
프랑스 현대사의 영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독일 정상이 프랑스군의 행진을 관람한 것 자체가 두 나라의 화애와 우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실제로 이날 열병식에는 독일군 병사들과 군용기 4대도 동참했다.
마크롱은 이번 열병식의 주제를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연대’로 잡고 특별히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도 초청했다. 젤렌스키는 행사 종료 후 “여기 있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프랑스 대통령이 우리를 초청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힘, 우리 국민과 군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인정의 표시”라고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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