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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9배 아니었다고?…수입차·명품 들썩인 성과급의 진실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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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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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수입차 108%↑…보석·시계 매출 급증해
SK하이닉스 PS 2964%…실제론 1억4800만원
성과급·기업 이익·세수 둘러싼 ‘부의 배분’ 논쟁

“연봉 29배 아니었다고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대규모 성과급 지급에 나선 가운데 경기 이천 등 반도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수입차와 명품 소비가 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대규모 성과급 지급에 나선 가운데 경기 이천 등 반도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수입차와 명품 소비가 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경기 이천시에 새로 등록된 수입차는 121대로, 1년 전보다 108%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수입차 신규 등록 증가율은 34.6%였다. 이천의 증가 폭이 전국 평균의 세 배를 웃돈 셈이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자리한 지역인 만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소비 확대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성과급 효과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시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전국적으로 급증했고, 이천의 월간 수입차 등록 대수 자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기업 실적과 주가를 넘어 생산 거점 지역의 소비시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흐름은 뚜렷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한국의 AI 반도체 호황을 조명했다. 두 회사 임직원의 대규모 성과급과 주가 상승이 명품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한편, 성장의 과실을 누가 얼마나 나눠 가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시장 전망을 인용해 두 회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약 7배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연봉 1억원이면 성과급 최대 6억원 안팎

 

호황의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이익이 불어나면서 임직원 보상 규모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활용하고 지급 상한은 두지 않는 방식이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도 유지한다.

 

당시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전망과 인원 규모 등을 적용할 경우 연봉 1억원인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기존 OPI를 포함해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다만 이는 확정된 평균액도, 모든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금액도 아니다. 회사 실적과 소속 사업부, 개인 연봉 등을 전제로 한 추산치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삼성전자 주식으로 지급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곧바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 동안 매각이 제한된다. 현금 6억원이 한꺼번에 통장에 들어오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지난해 실적에 따른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본급의 2964%로 책정했다. 역대 최대 지급률이다.

 

‘2964%’라는 숫자만 보면 연봉의 수십 배를 성과급으로 받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지급 기준은 연봉 전체가 아니라 연봉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기본급이다.

 

연봉 1억원인 직원이라면 PS는 약 1억4820만원으로 계산된다. 지급률만 보고 연봉의 29배를 받는다고 해석하면 오산이다.

 

◆보석 146%·시계 85%…지역 소비시장 ‘들썩’

 

반도체 호황의 흔적은 소비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5월 초 수도권 남부의 한 백화점에서 보석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6%, 고급 시계 매출이 85% 늘었다고 전했다. 이천의 수입차 등록 급증도 반도체 기업 임직원의 소득 증가가 지역 소비로 이어진 사례로 들었다.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도 경기 남부 점포를 중심으로 명품과 시계·보석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반도체 임직원의 성과급 기대감뿐 아니라 주가 상승과 명품 가격 인상, 혼수 수요까지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매출 증가를 성과급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대기업 613만원, 중소기업 307만원

 

고액 성과급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가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2월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613만원이었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307만원으로 대기업의 50.1% 수준이었다. 전년보다 대기업 소득은 3.3%, 중소기업은 3.0% 증가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에게 거론된 성과급 6억원을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 307만원과 비교하면 연간 소득 3684만원의 약 16배에 해당한다. 두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6억원은 특정 사업부의 실적과 인원수, 개인 연봉 등을 가정해 계산한 예상 성과급이고, 307만원은 중소기업 근로자 전체의 월평균 소득이다. 비교 기준이 다른 수치를 근거로 삼성전자 직원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 격차가 16배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기업 안의 배분과 사회적 환원은 ‘다른 문제’

 

반도체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는 성격이 다른 문제들이 뒤섞여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주주 배당과 설비투자, 임직원 성과급 사이의 배분이 쟁점이다. 삼성전자 안에서도 메모리사업부와 스마트폰·가전 등 다른 사업부가 받는 성과급 차이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기업 밖에서는 협력업체 납품단가와 근로자 임금, 신규 고용, 지역 투자로 호황의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공공 영역에서는 법인세 등 세수가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이를 국가채무 상환과 산업 투자, 복지 등에 어떻게 사용할지가 별도의 논쟁거리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반도체 산업이 수십 년간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정책의 혜택을 받아왔다며, 호황의 이익을 투자자와 근로자뿐 아니라 산업 기반을 만든 사회와 어떻게 나눌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배당’ 꺼냈지만 정부는 선 긋기

 

정치권의 논쟁은 지난 5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배당금제’를 언급하면서 불붙었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과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질 경우 그 재원을 어떻게 쓸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일부를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 확대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 성장 과실의 배분을 둘러싼 논쟁도 확산하고 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 확대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 성장 과실의 배분을 둘러싼 논쟁도 확산하고 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기업의 초과이윤을 거둬 국민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려는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대통령실과 청와대는 기업 이익 환수가 아니라 반도체·AI 호황으로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 그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발언에 대해 “초과이윤에 대한 배당이 아니라 초과이윤을 통해 초과세수가 걷혔을 때 그 초과세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라며 “내부에서 이 얘기가 더 진행되거나 공식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AI·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기업 이익과 임직원 성과급, 정부 세수는 성격이 서로 다르다. 기업이 직원에게 성과급을 얼마나,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는 회사 내부의 보상 문제이고, 정부가 늘어난 세수를 어디에 쓸지는 재정정책의 영역이다. 두 문제를 한데 묶어 논의하면 기업 성과 배분과 국가 재정 운용이라는 별개의 쟁점이 뒤섞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호황의 과실이 협력업체와 고용, 지역경제로 얼마나 확산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 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성장 효과를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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