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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의 아버지’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월급만 있으면 부자 될 수 있어… 지금 아닌 미래 보면 답 나와”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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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수미 경제부장, 정리=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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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국내 최초 ‘KODEX 200’ 상장
퇴직연금 등 기폭제… 급격한 양적 성장

운용사들 ‘ETF 베끼기’ 심각한 문제
치열한 경쟁 속 질적 성장은 제자리

단일종목 레버리지 부정적 효과 커
한 종목 베팅보다 묶음 투자 바람직

美 기술주 넘어 한국 투자상품 확대
모두에 돈 버는 방법 공유하고 싶어

“부동산, 주식 다 오르니 답이 없어 보이지만, 월급만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부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미래에 부자가 되려고 하면 답이 나옵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500조원을 돌파하면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다. 2002년 국내 최초 ETF인 ‘KODEX 200’을 상장시키며 시장을 개척해 ‘ETF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전례 없는 증시 활황 속에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직장 있고, 월급만 나온다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지난 6월2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것”이라며 “반도체가 지금 저렴한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 흐름을 봤을 때 반도체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지난 6월2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것”이라며 “반도체가 지금 저렴한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 흐름을 봤을 때 반도체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그가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지 4년. 배 대표 취임 이후 회사 운용자산(AUM)은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한국 ETF 역사의 산증인이자 현재진행형인 그를 지난달 서울 용산 세계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ETF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수익률이라는 질적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역대급 증시 활황에 힘입어 ETF 시장이 500조원을 넘어 1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8000조원을 넘었는데 ETF 시장 규모가 500조원이니 5%가 채 안 된다. 갑자기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올라가면서 ETF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돼 보이는 상황이다. 반면 지난 5월 말 기준 미국은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ETF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다. 내가 삼성자산운용에 있을 때인 2010년쯤 국내 ETF 비중이 3%였고 미국은 11% 정도였는데 미국과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ETF 시장 성장 가능성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ETF 시장이 커졌지만 질적 성장을 하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의미인가.

 

“ETF가 도입된 지 올해로 24년이 됐다. 퇴직연금 시장의 활성화 등에 힘입어 양적으로 엄청나게 커졌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 투자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문화’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몸집은 거대해졌는데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 ETF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캄다운(Calm down·진정)’할 시점이다.”

 

―지난해 발간한 저서 ‘누구나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다’에서도 ETF 시장을 복제공장이라고 비유했는데.

 

“운용사들이 남의 상품을 그대로 베끼는 관행이 심각하다. 규제로 해결할 문제라기보다 업계 종사자들의 자각이 필요하다. 설령 유사한 상품을 내놓더라도 그 안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운용사들이 가장 손쉬운 차별화 수단으로 ‘보수 인하’를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뺏어오는 전략은 산업 전체의 장기적 성장에는 독이다.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처럼 각자 자기 영역을 찾아서 차별화하는 성숙한 경쟁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보나.

 

“개별 종목 투자로 단기 수익을 올릴 때는 짜릿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면 장기 투자가 어려워진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엔비디아·구글·아마존·애플 중 누가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럴 땐 한 종목 베팅보단 그 종목을 묶어 놓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는 운에 맡겼다가 실패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는 우리 삶과 같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들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평소 적립식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구체적인 투자 원칙이 궁금하다.

 

“흔히 ‘펜션 그라인더(Pension Grinder)’라고 하는데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아 넣듯, 매달 꾸준히 연금 계좌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의미다. 특히 연금 투자는 단기 수익을 좇으면 안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소득의 30%는 반드시 연금에 ‘갈아 넣어야’ 한다고 본다. 시장의 단기 전망이나 등락을 예측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복리효과를 누리고, 은퇴 이후 경제적 자유라는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

 

―효과적인 자산 배분 전략은 무엇인가.

 

“자산 배분의 대표적 상품이 생애 주기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 조절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생애주기펀드)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TDF뿐만 아니라 나스닥, 코스피, 테마주 등을 적절히 섞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나 또한 과거 개별 종목 투자로 쓴맛을 본 뒤, 2023년 3월부터 TD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TDF 20%, 글로벌반도체·나스닥·​빅테크 ETF 50%, 채권 ETF 20%, 엔비디아채권혼합 ETF 10%  등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구성을 좀 바꿔서 TDF는 그대로 있고 글로벌 반도체·한국 반도체·에너지·나스닥·구글 밸류체인·테슬라 밸류체인·글로벌 우주테크&방산 등에 투자 중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반도체 투자에 대해선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메모리 반도체 열풍은 한시적이다. 커피에 비유를 해보겠다. 커피 한 잔 가격에는 원두·물·종이 값·인건비가 다 들어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만드는 메모리는 종이인데 종이 값이 싸진다고 커피 값 전체가 저렴해지는 건 아니다. 종이만 파는 사람은 종이 값이 싸지면 돈을 못 번다. 따라서 커피 전체 생태계를 사라는 것이다. 원두, 종이, 물, 사람에도 투자하면 전체 수요가 늘어나 돈을 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중에 제일 잘될 것 하나만 사니 성공 확률이 낮은 것이다. (하나하나) 신경 쓸 시간에 본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

 

―한투운용은 미국 기술주 투자가 강점인데, 국내 증시 호황기에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도 그 점을 고민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최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배당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 반도체 펀더멘털(기초체력)도 개선됐고 자동차, 조선, 방산 등 경쟁력 있는 분야도 많다. 한국 경제의 성장성을 고려해 국내 상품 비중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최근 한국 반도체 투톱, AI 전력 ETF 등을 내놓은 이유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한투운용에서도 관련 액티브 ETF를 내놨는데.

 

“펀드 운용역인 김현태 한투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책임이 서울대 물리학 박사 출신이다. 패시브가 시장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반면 액티브는 회사 역량, 테마에 맞출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액티브 펀드로 내놨다. 다만 저희도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해서 받지 못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왜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받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4연임 중인데 원동력이 무엇이고, 목표가 더 있는지 궁금하다.

 

“제가 (직원들에게) 제일 강조하는 건 회사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돈을 버는 것이다. 고객이 부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를 더 많이 찾을 것이다. 다만 이건 시간이 걸린다. 제 개인적인 목표는 투자자들이 ETF로 돈을 벌고,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누가 ETF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됐다’고 기억해 주는 것이다. 나는 이 사회에서 나름대로 혜택을 받은 사람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돈 버는 방법을 공유해 주고 싶다.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실제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교육하고, 올바른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남은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요즘 ‘포모’,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이 큰데 이건 인간이 가지는 본능적인 감정 중 하나다. 다만 주변에서 부동산도 오르고 투자로 돈 벌면서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생기더라도, 월급만 있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지금 부자가 되려고 하기보다 미래에 부자가 되려고 하면 답이 나온다. 월급을 가지고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었으면 한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1961년 경남 산청 출생 ●서울 보성고등학교 졸업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학과 석사 졸업 ●1989~1995년 한국종합금융 증권신탁부 ●1995~2000년 SK증권 자산운용팀장 ●2000~2008년 삼성자산운용 코스닥 팀장 ●2013~2017년 삼성자산운용 패시브총괄 전무 ●2017~2021년 삼성자산운용 운용총괄 부사장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저서 ‘누구나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다’(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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