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신제품 출시·해외 진출 잇따라
비만치료제의 세계적 열풍이 탈모 치료 및 헤어케어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제품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탈모 샴푸와 두피 케어 제품 출시가 잇따르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 비만치료제가 키운 탈모·헤어케어 시장
7일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가 확산하면서 탈모 치료제와 기능성 헤어케어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젬픽 헤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는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 후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나타나는 탈모 현상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약물 자체가 직접 탈모를 유발한다기보다 단기간의 체중 감소로 인한 영양 변화와 신체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오젬픽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이름이지만, 동일 계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가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GLP-1 비만치료제를 대표하는 이름처럼 쓰이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는 체중 감량 경험을 공개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2024년 성탄절을 앞두고 엑스(X)에 'OzempicSanta'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사진을 올려 7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소비 시장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얼굴 볼륨이 줄어 나이 들어 보이는 현상을 ‘오젬픽 페이스’로 소개했고, 이후 관련 스킨케어 제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이 두피와 모발 관리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며 '오젬픽 헤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오젬픽 헤어’ 특수에…K-탈모 샴푸도 날았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위고비가 2024년 10월 국내 출시된 이후 사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 헤어케어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아이큐비아(IQVIA) 추정에 따르면 위고비는 출시 1년 만에 국내 누적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가 창업한 폴리페놀팩토리 역시 지난달 PDRN을 적용한 탈모 샴푸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교수팀은 주원료인 PDRN을 연어 등 동물성 원료가 아닌, 직접 배양·생산한 해양 미세조류 유래 PDRN으로 적용했다. 10만ppm의 고함량 ‘코아세르베이트 어드히시브 PDRN 콤플렉스(Coacervate Adhesive PDRN Complex)’를 적용해, 수용성이라 헹굼 과정에서 씻겨 내려가기 쉬운 PDRN이 세정 후에도 모발과 두피에 오래 머물도록 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두피 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미국 세포라 온라인몰 입점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코스트코와 아마존, 틱톡샵 등 북미 유통 채널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2017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4000만병을 넘어섰다.
애경산업의 ‘케라시스’, 아모레퍼시픽의 ‘려’, 두리화장품의 ‘댕기머리’ 등 브랜드들도 북미와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K뷰티 인기가 스킨케어를 넘어 두피와 모발 관리로 확산하면서 기능성과 성분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 샴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시장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 가구는 비사용 가구보다 뷰티 제품에 약 30%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레드켄(Redken), 뉴트라폴(Nutrafol), 케라팩터(KeraFactor), 워터맨스(Watermans)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GLP-1 사용자층을 겨냥한 샴푸와 세럼, 영양제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무역협회(KIT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젬픽 헤어’를 기능성 헤어케어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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