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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 푼 ‘소통’… “지역 상생까지 온기”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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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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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우수사례 이끈 조해순 관리소장

“날 선 공방 오간 온라인 주민공간
문화 행사 활성화로 소속감 키워”
아파트 잉여 수익, 주민들에 환원
단지 내 어린이 숲 체험도 호응
마을 직판 등 협업 장관상 수상

“공동체는 나 또는 우리라는 울타리를 넘어서야 완성되더군요.”

충북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의 ‘더샵청주퍼스트파크’ 아파트. 1112세대가 둥지를 틀고 있는 이곳은 몇 해 전만 해도 여느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주민들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2021년 3월 입주를 시작한 주민들에게 층간소음은 갈등의 도화선이었다. 온라인 소통 공간은 날 선 공방과 비난으로 도배됐다.

조해순 관리소장이 5일 “층간 소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 공동체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해순 관리소장이 5일 “층간 소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 공동체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아니다. 2022년 ‘지역 공동체 우수 사례’ 부문에서 충북도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상까지 거머쥐었다. 2023년에는 ‘탄소 중립 챌린지’로 당시 환경부 장관상을, 2024년에는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우수 관리 단지’에 선정됐다. 올해는 청주시 도서관 사업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는다.

도대체 1년 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변화의 중심에는 아파트 주민 공동체 ‘샤피안의 반올림’이 있다. ‘더샵 아파트 주민(샤피안)들이 함께 이웃 관계와 삶의 질을 한 단계 올리자’는 의미의 이 공동체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중심 일꾼인 조해순(53) 아파트 관리소장은 주민 공동체 결성 계기가 층간소음이었다고 귀띔했다. 조 소장은 5일 “서로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온라인상의 공방이 멈출 줄 몰랐다”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대안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공동체를 싹틔운 계기”라고 설명했다.

조 소장의 경험도 한몫했다. 전에 근무했던 아파트에서 ‘공동체라는 소속감이 갈등은 낮추고 행복과 온기는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조 소장은 갈등 완화를 위한 주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행정의 벽에 부딪히지 않게 든든한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각종 아파트 시설 운영으로 발생한 ‘관리 외 수익’을 주민들에게 환원하거나 공동체 기금으로 활용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공동체는 모두의 참여가 중요하다. 입주 초기에는 ‘분리배출 챌린지’로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게 했다. 코로나19가 수그러지면서 작은 인원이 참여하는 문화 행사를 비롯해 어린이, 어르신 등 세대별 특성과 화합 등의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자 주민들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조 소장은 “입주자 대표 회의와 공동체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서 공동체를 꾸려가고 관리소장이 실질적인 기획과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 모두가 참여하고 외부와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이 결과적으로 아파트 내부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샤피안의 반올림은 아파트 내 주민들 간 화합을 넘어 인근 지역 청소년과 학교, 농촌 마을까지 파고드는 ‘상생의 이웃’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청주여상 창업 동아리 학생들과 ‘더 가까이’ 협약을 맺고 목공 체험을 함께하며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있다. 학생들은 재능기부를 하며 사업 기회를 얻고 주민들은 새로운 취미를 갖는다. 어린이들은 자기가 만든 작품을 파는 시간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체득하고 있다.

잘 가꿔진 아파트 숲은 아이들 체험 장소로 변모했다. 처음에는 단지 내 아이들이 참여했던 ‘숲체험’에 숲해설가를 초빙하고 인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초청해 도시락을 먹으며 ‘어울림 소풍’의 공간이 됐다.

오창읍 원2리 마을과의 상생도 눈길을 끈다. 귀농?귀촌인이 많은 마을에 농업기술센터 퇴직 주민이 옥수수와 고구마 등의 농작물 재배법을 알려줬다. 아파트 광장에서는 원2리 마을 농산물 직판 행사도 왕왕 열린다. 원2리에서는 장아찌 담그기와 마을 화합 방법 등을 전해줬다.

여기에 빵 만들기 동아리는 청주시와 협업해 시골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체험 행사를 갖는 등 각종 지역 행사에 참여한다. 올해부터는 ‘도르리’라는 공동체도 구성했다. 도르리는 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려가며 음식을 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지자체 등의 공모사업을 위해 설립된 이 공동체는 돌봄 사업 등의 지원을 받는다.

조 소장은 “5년 전 온라인에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던 주민들은 이제 없다”며 “축제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웃으며 장기자랑을 즐기는 모습에서 풍기는 그 ‘온기’가 공동체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냥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이라는 가치를 나누며 살고 있다”며 “이런 ‘반올림’의 가치가 청주 곳곳에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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