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미달로 폐기되던 혈액 줄여…수급난 해소 기대
헌혈 혈액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준으로 활용됐던 간기능 검사가 3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가 검사 기술 발전으로 실효성이 떨어진 검사를 폐지하면서 불필요하게 폐기되던 혈액을 줄여 만성적인 혈액 수급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는 헌혈 시 필수 검사였던 간기능 검사(ALT 검사)를 폐지하는 내용의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개정령의 핵심은 채혈 전 확인 항목과 채혈된 혈액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 항목에서 수혈용 혈액에 적용되던 간기능 검사를 완전히 삭제한 것이다. 혈액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정확도가 높은 검사만 남겨 불필요한 혈액 폐기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다.
정부가 간기능 검사를 폐지한 이유는 핏속에 있는 B형 간염과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간세포가 손상됐을 때 수치가 올라가는 간기능 검사를 우회적인 선별 수단으로 활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직접 복제해 아주 미세한 양까지 정확하게 찾아내는 핵산증폭검사가 도입되면서 기존 간기능 검사를 유지할 실효성이 없어졌다.
간기능 검사는 1990년부터 도입돼 30년 넘도록 유지돼 왔으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오랜 기간 혈액 낭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간기능 검사를 헌혈 선별 항목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으며 미국 등 주요국들은 약 20년 전에 이미 폐지했다. 한국 역시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국제적 기준에 맞춰 검사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간기능 검사로 불필요하게 폐기되던 혈액만 줄여도 혈액 수급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폐기된 혈액 약 2억㏄ 가운데 약 19만 유닛은 간기능 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됐다.
간기능 검사는 피로나 음식 섭취 등 일상적인 요인에도 수치가 변해 수혈에 문제가 없는 혈액까지 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현재 혈액 수급 상황도 여유롭지 않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은 적정 수준(5일분)에 못 미치는 3일분에 불과했으며, A형과 O형은 이미 주의 단계에 근접했다.
정부는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2026~2030)에 따라 헌혈 가능 연령 상한 확대와 청년층 참여 유도, 헌혈자 예우 강화 등을 추진해 안정적인 혈액 수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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