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지역 예선과 본선으로 구성된다. 본선은 또 조별 리그와 토너먼트로 나뉜다. 일단 지역 예선을 통과한 나라 대표팀들이 월드컵 개최국에 모여 조별 리그를 치른다. 조별 리그에서 살아남은 국가들끼리 이른바 ‘단판 승부’(deadfall) 방식의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32개국이던 본선 진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48개국으로 늘었다. 자연히 4년 전에는 16강전이 토너먼트의 시작이었는데, 이번엔 32강전이 출발점이다. 독일,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등 세계적 강호들조차 16강 안에 못 들고 조기에 탈락했다. 승부의 세계는 그저 비정할 뿐이다.
월드컵을 주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회장이 세계 축구계의 1인자라면 ‘2인자’는 단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일 것이다. 축구 강국들이 유럽 대륙에 몰려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UEFA가 주관하는 유럽 국가들의 축구 대항전, 이른바 ‘유로’(EURO) 대회는 월드컵과 더불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며 흔히 ‘메이저’로 통한다. 프로 리그에선 펄펄 날았으나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어 ‘무관(無冠)의 제왕’으로 불렸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각각 유로 2016, 2022 카타르 월드컵 제패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축구 영웅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 콧대 높은 UEFA 회장이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한 몇몇 나라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48개로 늘리며 전혀 흥미롭지 않은 경기가 나오게 됐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약체로 평가되는 국가들을 겨냥해 ‘작은 나라’라고 조롱했다. 그러자 언론 매체 등에 의해 약체로 분류된 13개국 축구협회가 공동 성명을 내고 체페린을 성토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월드컵 경기란 없다”며 “우리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항변했다. 옳은 말이다.
공동 성명에 가담한 13개국 중에는 조별 리그 H조의 카보베르데도 있었다. 인구가 52만명이 조금 넘는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다. 1975년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래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보베르데와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로 구성된 H조에서 카보베르데가 꼴찌로 탈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세 나라와 모두 비긴 카보베르데는 승점 3점으로 우루과이, 사우디를 제치고 조 2위로 조별 리그를 통과했다. 4일 아르헨티나와의 32강전도 대단했다. 메시를 앞세운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연장 접전 끝에 3-2로 겨우 카보베르데를 이기고 16강에 합류했다. 카보베르데의 2026 월드컵 도전은 비록 여기서 끝났지만, 축구 팬은 물론 전 세계인이 카보베르데 선수들의 투혼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정말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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