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평면도 속 ‘알파룸’은 오랫동안 애매한 공간으로 통했다. 방으로 쓰기에는 좁고 마땅한 용도를 찾지 못해 캐리어나 계절 가전, 생활용품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는 집이 적지 않았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새 방을 늘리기는 어렵지만 기존 공간의 쓰임새는 생활 방식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남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알파룸이 서재와 홈바, 홈짐 등 가족의 취향을 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활용 방식은 가족 구성과 생활 습관에 따라 갈린다. 퇴근 후 가볍게 술을 즐기는 직장인은 수납장과 간접조명을 설치해 작은 홈바로 꾸민다. 주방과 맞닿아 있다면 대형 테이블을 놓아 다이닝 공간을 넓히거나 커피 머신과 잔을 모아 홈카페로 활용할 수 있다.
운동기구와 충격 흡수 매트를 설치한 홈짐도 대표적인 활용법이다. 실내 자전거나 덤벨, 벤치처럼 비교적 부피가 작은 기구를 알파룸에 모으면 거실에 운동기구를 늘어놓지 않고도 독립된 운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장난감과 책을 모아두는 놀이방이나 학습 공간으로 쓴다. 벽면에 선반과 수납장을 설치하면 거실에 흩어진 물건도 한곳에 정리할 수 있다.
재택근무나 개인 작업 공간이 필요하면 가벽이나 파티션을 세워 서재로 바꾼다. 창이 없거나 면적이 좁은 알파룸은 벽을 완전히 막기보다 유리나 간살형 파티션을 설치해 답답함을 덜어내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붙박이장과 행거를 설치해 드레스룸으로 만들거나 주방과 연결해 팬트리로 사용하는 수요도 꾸준하다. 가족 구성이나 생활 패턴이 바뀌면 서재를 놀이방으로, 홈짐을 드레스룸으로 다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알파룸의 장점이다.
건설사들도 정해진 방 개수만 강조하기보다 팬트리와 드레스룸, 알파룸 등 다목적 공간을 배치한 평면을 내놓고 있다. 가벽을 없애 거실이나 주방을 넓게 쓰거나, 필요할 때 문과 파티션을 설치해 별도 공간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인테리어 플랫폼에서도 알파룸을 꾸미는 데 필요한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늘의집에서는 철제와 목재, 타공형 등 다양한 가벽·파티션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이 파티션을 설치해 현관과 거실을 나누거나 컴퓨터방을 꾸민 사진과 후기도 함께 올라와 있다.
큰 공사를 하지 않고 공간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파티션의 장점이다. 바닥과 천장 사이에 고정하거나 세워두는 제품은 벽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시선을 가릴 수 있다. 타공형 제품은 사진이나 작은 수납용품을 걸 수 있어 공간 분리와 수납 기능을 함께 갖춘다.
홈바와 홈카페에는 배선 공사 없이 설치할 수 있는 무선 조명이 주로 쓰인다. 오늘의집은 카스티니의 ‘와드 램프’와 루미르의 ‘열매 포터블 램프 미니’ 등을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원선에 구애받지 않고 테이블이나 수납장 위에 놓을 수 있어 좁은 알파룸에서도 활용하기 쉽다.
낮은 수납장이나 이동식 트롤리를 함께 두면 술잔과 커피용품도 한곳에 모을 수 있다. 공간이 좁을수록 벽면 전체를 채우는 가구보다 이동이 쉽고 높이가 낮은 제품을 골라야 답답함을 줄일 수 있다.
홈짐을 꾸밀 때는 바닥재 선택이 중요하다. 오늘의집에서는 멜킨스포츠의 헬스기구용 충격 흡수 매트와 탄성 코팅 고무 블록 등 가정용 운동 공간을 겨냥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운동기구의 진동을 줄이고 바닥에 흠집이 생기는 것을 막는 용도다.
알파룸을 꾸밀 때는 면적뿐 아니라 환기와 채광, 콘센트 위치도 살펴야 한다. 창문이 없는 공간을 홈짐이나 드레스룸으로 사용하면 습기와 냄새가 차기 쉽다. 운동기구나 대형 수납장을 들이기 전에는 출입문이 충분히 열리는지, 이동 동선을 막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벽이나 천장에 가벽과 선반을 고정하려면 벽체 구조와 공동주택 관리 규약도 확인해야 한다. 콘센트를 추가하거나 조명 배선을 손보는 작업은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알파룸은 계절 가전이나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창고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가족 구성과 생활 방식에 따라 서재·홈바·홈짐 등으로 자유롭게 꾸미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정해진 용도보다 실제로 필요한 기능을 담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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