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목표가 380만→420만원…전날 종가보다 92% 높아
AI 투자 수익화 기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이 주가 갈랐다
하루 만에 14.57% 급락. 이튿날 제시된 목표주가는 420만원.
SK하이닉스 주가는 두 숫자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14.57%는 공포를, 420만원은 기대를 상징한다. 인공지능(AI) 투자 과잉 우려와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이 주가를 정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3일 KB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380만원에서 420만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전날 종가 218만7000원보다 92.0% 높은 가격이다. 현재 주가의 두 배에 가깝다.
SK하이닉스는 2일 37만3000원(14.57%) 내린 21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 11월20일(-14.91%) 이후 약 17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다.
지난달 25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 298만7000원과 비교하면 26.8% 떨어졌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1조66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메타가 남는 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빌려주는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빅테크가 거액을 들여 구축한 데이터센터에 여유 설비가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로 번진 것이다.
메타가 관련 사업을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해 이 계획을 전했지만, 자체적으로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메타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급 증가율보다 2배 이상 빠른 수요
KB증권이 주가 급락 직후 목표주가를 올린 근거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다.
김동원·이창민·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규모가 2026년 8000억달러에서 2027년 1조1000억달러, 2028년 1조5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증가 속도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KB증권은 2027년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능력이 전년보다 각각 7%, 4% 늘어나는 데 그치는 반면 수요는 17%,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수요 증가율은 공급의 두 배를 넘고, 낸드는 네 배를 웃돈다는 계산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AI 투자가 가속 국면에 진입하고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됐던 AI 수요가 범용 D램인 DDR5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로 퍼질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AI 서버의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데이터 처리와 저장에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함께 늘어난다는 논리다.
KB증권은 AI 투자비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14%에서 2027년 50%까지 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확정된 시장 통계가 아니라, 향후 AI 서버 구성과 메모리 가격을 반영해 증권사가 내놓은 전망치다.
◆월 21억7000만달러 계약, 수익화 가능성 보여줘
반도체주를 짓누른 우려는 빅테크가 AI 투자비를 계속 감당할 수 있느냐는 데서 출발했다.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자금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투자비를 매출과 현금으로 돌려놓지 못하면 빅테크도 설비투자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KB증권은 컴퓨팅 자원 임대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봤다.
xAI를 합병한 스페이스X는 앤트로픽과 월 12억5000만달러 규모의 컴퓨팅 자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앤트로픽은 스페이스X의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연산 능력을 AI 모델 개발에 사용한다.
구글과는 월 9억2000만달러 규모로 계약했다. 구글에 제공하는 설비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1만개와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이 포함됐다.
두 계약을 합하면 월 21억7000만달러, 연간 약 260억달러 규모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자체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외부 임대료를 받는 자산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연구원은 AI 수익화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주요 빅테크 7개사의 2028년 잉여현금흐름이 전년보다 91% 증가해 2024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약 금액 전체가 장기 수익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 계약은 서류상 2029년 5월까지 이어지지만 양측 모두 90일 전에 통보하면 끝낼 수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기본 임대 기간이 180일이다. 이후 90일 전 통보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올해 10월부터 2029년 6월까지 월 9억2000만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2026년 12월31일 이후에는 양측 모두 90일 전 통보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약속한 GPU 물량을 오는 9월30일까지 공급하지 못할 경우 한 달의 유예기간을 거쳐 구글이 즉시 계약을 종료하거나 요금을 줄일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월 21억7000만달러의 계약은 AI 데이터센터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례다. 계약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 금액을 장기간 보장된 현금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
◆420만원을 가르는 빅테크의 현금 흐름
SK하이닉스 주가를 둘러싼 논쟁은 두 가지 전제가 동시에 성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첫째는 메모리 공급이 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둘째는 빅테크가 AI 투자비를 매출과 현금으로 회수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속한다는 가정이다.
AI 서비스 이용이 늘고 컴퓨팅 자원 임대가 자리 잡으면 빅테크는 설비투자를 이어갈 여력을 얻는다. HBM을 비롯한 메모리 수요도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수익화 속도가 투자비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빅테크가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을 늦추면 메모리 수요 전망과 반도체 기업의 실적 추정치도 내려간다.
하루 하락률 14.57%와 목표주가 420만원은 서로 다른 시간을 보고 있다. 주가는 당장 불거진 투자 과잉 우려에 반응했다. KB증권은 2028년까지 이어질 공급 부족과 AI 수익화를 목표주가에 반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은 가격과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목표주가 420만원을 정당화하려면 AI 투자가 실제 서비스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확인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빅테크의 설비투자 규모보다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AI 사업의 수익성이 주가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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