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와 대중제 경계 흐리는 분양 행태…제도 설계 허점 드러나
지자체 관리·감독 사각지대 속 편법 운영 확산…제도 개선 요구 커져
“이건 골프장인가, 리조트인가.”
강원도와 영남권 일부 골프장 주변에서는 최근 이런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중형 골프장’이라는 이름으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콘도·빌라형 숙박시설이 분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 이용권과 숙박권, 부킹 혜택이 결합된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제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한국골프소비자원(원장 서천범)에 따르면 이러한 운영 사례는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핵심은 단순한 상품 변화가 아니라, 세제 혜택을 전제로 설계된 ‘대중형 골프장’ 제도 안에서 사실상 회원제와 유사한 운영 방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대중형 골프장에서는 27홀 규모의 코스와 함께 수십에서 백여 세대 규모의 빌라형 숙박시설을 조성해 분양 상품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숙박 이용권과 골프장 할인, 부킹 우선권 등이 결합된 상품은 사실상 장기 이용권 또는 회원권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분양 가격 역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골프장과 숙박시설이 별도 사업으로 분리돼 있지만, 실제 이용자는 골프장 혜택과 숙박 권리가 결합된 상품을 소비하면서 경계가 사실상 모호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형식은 분양, 실질은 회원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사업장은 개발 단계에서 금융 조달 방식과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투자자 모집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고, 이에 대한 대가로 골프장 이용 할인이나 부킹 혜택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계약은 금전소비대차나 투자 계약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용권과 유사한 성격을 띠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사례를 넘어 국내 골프장 운영 방식 전반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대중형 골프장 제도 아래에서 수십억 원대 콘도·빌라 분양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골프 산업의 수익 모델 변화와 시장 재편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2022년 약 5058만명에서 2024년 4741만명, 2025년 4641만명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용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업계 전반은 단순한 축소보다는 산업 전반의 변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대중형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0% 안팎으로 추정되며, 일부 상위 골프장은 50%를 웃도는 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약 5% 내외)과 비교하면 몇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골프 소비 흐름 역시 변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조사 기준 골프 참여 인구는 약 600만명으로 추정되며, 필드와 스크린을 병행하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해외 골프 여행 수요 역시 엔저 영향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일부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스크린골프 시장은 별도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골프존 사업보고서 기준 이용자 기반과 라운드 수는 이미 수천만 회 규모로 확대되며 필드 골프와 병행되는 대체 소비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골프 소비는 필드·스크린·해외로 분화되는 다층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대중형 골프장 제도는 당초 설계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제도와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제 혜택을 전제로 한 대중형 골프장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골프장들이 콘도·빌라 회원을 모집해 그린피 및 부킹 혜택을 제공하면서 조세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회원제 골프장들은 이러한 운영 방식에 대해 지자체의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직접적인 문제 제기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골프장 관리·감독권을 가진 각 지자체가 편법 운영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시정명령 이후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 역시 콘도·빌라 회원권을 활용한 운영 방식에 대해 세제 기준을 재정비해 조세 형평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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