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위원 “DS 외 나머지 영역 직원들 심리적 태업 상태”
온라인 커뮤니티가 노조 키우고, 성과급 교섭은 ‘게임화’
긴급조정권 언급하며 노사 압박…사측엔 “노노갈등 즐기면 안돼”
최승호 위원장에겐 “과반노조 될 땐 어항 속 붕어 될 수도” 조언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을 중재한 황기돈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담당 공익위원이 삼성전자 노조를 키운 건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인터넷상에서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라고 진단했다. 황 위원은 중노위 교섭 테이블에서 벌어진 막후(幕後) 이야기도 3일 털어놨다.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는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SK미래관에서 ‘N% 성과급 교섭과 현 단계 노사관계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 노사관계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N% 성과급’ 논란을 짚어본다는 취지다. 황 위원은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삼성전자의 중노위 사후조정을 맡기 전까지 단독 조정위원으로 나섰던 인물이다.
◆“단체교섭을 게임으로” 분석
황 위원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을 ‘숙련된 인플루언서’라고 정의했다. 현장 불만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던지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노조를 결집시켰다는 분석이다.
황 위원은 초기업노조 기반이 키보드 워리어라며 “이들은 현장에 조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초기업노조) 텔레그램에 만여명 이상이 들어가 있는데 그중 3000∼4000명은 적극적 키보드 워리어로 내부 여론을 주도한다 볼 수 있다”며 “이 사람들은 6000명 규모의 노조가 7만명 이상으로 커지는 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초기업노조는 올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노조의 지위를 획득했다. 지난해 말 수천 명 규모에서 올해 들어 7만6000여명까지 조합원을 확보했다. 최근 비메모리 조합원 이탈 등에 다시 5만4000명 수준으로 조합원이 줄어 현재는 과반노조 지위를 잃은 상태다.
황 위원은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 사례에서 노사관계의 플랫폼화가 특징적이었다고 규정했다. 과거 노사관계가 공장, 사무실, 집회장 등에서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익명 게시판, 직장인 커뮤니티, 텔레그램 등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플랫폼은 참여 문턱을 낮추고 정보 전달의 속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단체교섭을 게임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황 위원은 플랫폼이 토론보다는 반응 중심으로 작동해 ‘추천’, ‘좋아요’ 등 반응이 이용자들을 경쟁적으로 만든다고 분석했다. 교섭 과정에서도 실현 가능성이나 설득력보다 노조원들의 반응이 더 중시된 이유다.
◆노사 양측에 ‘긴급조정권’ 이야기 꺼내
황 위원은 중노위 사후조정 당시 삼성전자 노사 양측에 조정 불발 시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파업은 30일간 중지된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사는 중노위의 최종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
당시 그는 “조정에 성공하지 못하면, 국가라는 공권력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거기엔 긴급조정까지도 포함된다”고 양측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어 “타협 시 얻을 수 있는 게 50대 50 정도라면, (긴급조정시에는) 당신들 모두가 원하지 않은 결론을 둘 다 받을 가능성이 99%”이라고도 했다.
긴급조정권의 잣대는 국민 눈높이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황 위원은 “어떤 국민이 6억을 주는 회사나, 6억을 달라고 하는 노조나, 누가 둘 다 칭찬하겠냐”며 “아마 (찬성 여론이) 반도 안 될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고 전했다.
◆“은근히 즐기는 사측에 경고도”
황 위원은 사측에 경고를 한 일화도 털어놨다. 복수 노조로 노노 갈등이 생기는 데 관해 사측이 이를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황 위원은 “저들은 조합원인 동시에 회사 직원이고, 직원 간 갈등인데, 그건 보이지 않냐”고 삼성전자 임원들을 향해 직격했다고 전했다.
황 위원은 최 위원장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단체교섭 시작 전 (최 위원장이) 나를 찾아와 과반 노조가 될 시 우려를 말했다”고 했다. 당시 황 위원은 만약 과반노조가 될 시 최 위원장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어항 속 붕어’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실제 황 위원의 말대로 최 위원장의 언행은 지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총파업 결의대회 직후 해외 휴가, 중노위 사후조정 녹취록 공개 등 행보로 이목을 집중케 했다.
삼성전자 조직 내부 갈등은 향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과급 규모 차이에 따른 박탈감 등 그 파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황 위원은 “반도체(DS)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의 노동자들은 심리적 태업상태라고 본다”며 “경쟁사 채용 공고가 나오면 지원하고, 지원 사실을 공개하고, 이직할지 말지를 토론하는 게 키보드 워리어들 현실”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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