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일대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자체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소방차 등 장비 94대와 인력 500여 명이 투입되었으나, 강한 바람을 타고 산불이 확산되면서 약 1270ha에 이르는 대규모 지역에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해 면적이 넓은 만큼 정확한 피해 지역 분석과 복구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컸는데, 국토지리정보원이 국토위성 1호가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2021년 3월22일 우주로 쏘아 올려진 국토위성 1호는 그간 다양한 재난 현장에 핵심 국토정보를 제공하며 ‘숨은 영웅’으로 활약해왔다. 산청 화재를 비롯해 경남 의성군과 울산 울주군의 산불 피해 분석은 물론, 2023년 2월 튀르키예 지진 당시에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의 구조 활동을 돕기 위해 현장 영상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토위성이 최근 2호를 만나 한층 더 강력해졌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위성 2호가 지난달 3일 오후 4시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로써 두 기의 위성이 약 17분 간격으로 동일 궤도를 비행하는 바야흐로 ‘쌍둥이 위성’ 시대가 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두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합성하면 기존보다 고정밀 입체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일 지역을 재촬영하는 데 걸리는 주기도 기존 4~5일에서 2~3일 수준으로 대폭 단축된다”며 “전국의 미세한 변화를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밀하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인도 쓰레기 상시 탐색에 북한 농사 규모 파악까지
앞으로 1호가 도맡던 국토정보 서비스는 더욱 신속하고 정밀해질 전망이다. 그간 국토위성은 지자체와 각 부처에 다방면의 정보를 제공하며 행정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왔다. 대표적으로 국가데이터처에서는 국토위성 정보를 토대로 북한의 벼 재배 면적을 측정해 북한 농업통계 작성에 활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역시 인력의 접근이 어려운 무인도의 쓰레기 방치 여부를 탐색하는 등 해양영토 이용 실태 확인에 위성 영상을 적극 활용 중이다.
국유재산을 무단 점유한 사례도 국토위성을 통해 단박에 잡아낼 수 있다. 기존 항공영상의 ‘1년 주기’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위성 영상을 국유재산 실태조사에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국토위성지도를 갱신하는 데 평균 10개월이 소요됐으나, 앞으로는 5개월 수준으로 반감되는 만큼 주요 관심 지역의 변화상을 더욱 짧은 주기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아파트 공사는 잘 되나”…귀촌 부지도 미리 가보자
국토위성 정보의 혜택은 정부와 지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토위성이 수집한 고해상도 정보는 전 국민에게 개방되어 있어, 원하는 개인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운영하는 ‘국토정보플랫폼’ 홈페이지 내 ‘국토위성영상’ 메뉴에서 원하는 지역과 촬영 날짜를 선택하면 된다.
민간에 개방된 국토위성 영상은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예컨대 주말 캠핑을 계획 중일 때, 일반 포털 사이트의 위성 지도 화질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현장의 상세한 지형이나 풀밭 상태를 생생하게 확인하는 식이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린 뒤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댁 뒷산의 산사태 징후나 마을길 안전 여부가 걱정될 때도 쌍둥이 국토위성의 최신 영상을 통해 빠르게 육안으로 점검할 수 있다.
부동산 분야에서의 활용도 유용하다. 내년 입주를 앞둔 예비 입주자라면 국토위성의 고해상도 영상을 통해 아파트 단지의 전반적인 공정률은 물론, 단지 내 도로 개설 상황과 조경 공사 진행 수준까지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귀촌이나 귀농을 위해 지방의 토지를 알아보고 있다면, 직접 현장 임장을 떠나기 전 국토위성으로 사전 체크가 가능하다. 해당 부지 주변의 혐오시설 유무 등 시설물 배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진입로의 포장 상태와 주변 경관까지 선명하게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시행착오를 대폭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현재’ 잇는 시계열 영상 구축…국토위성은 진화 중
국토위성은 앞으로 더욱 진화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급증하는 위성영상 수요와 현재 운영 중인 위성의 수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4호 후속 위성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도 대거 도입된다. 현재 국토정보플랫폼에서는 최신 영상 위주로 지도 정보가 표출되지만, 앞으로는 1·2호 위성을 다각도로 활용해 특정 지역의 과거와 현재 변화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계열 영상지도’를 구축해 서비스할 방침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을 전격 도입하여 단순한 영상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고도화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들이 위성 데이터를 친숙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흥미 요소도 더한다. 이를 위해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모전과 다채로운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 등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성을 활용하는 것이 단순 행정 업무의 편의와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더 흥미롭고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다각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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