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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민어인 줄 알았는데…내가 먹은 숙회는 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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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민 인턴기자 victory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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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버릴 게 없는 생선’으로 불려
남방먹조기·점성어, 민어 아냐

여름철 대표 보양식 생선 ‘민어’는 회, 구이, 찜, 탕 등의 식재료로 한국인이 오랫동안 선호해온 고급 어종으로 꼽힌다. 그런데 민어와 전혀 다른 종임에도 불구하고 민어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으로 유통되는 생선들이 있다. 제철을 맞은 민어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생선들이 민어와 헷갈리는 명칭으로 유통되며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는지, 구별법은 무엇인지 짚었다.

 

민어회. 연합뉴스
민어회. 연합뉴스

◆ 한국인이 사랑하는 고급 생선 ‘민어’…버릴 게 없는 ‘국민 생선’

 

과거 ‘면어’라고도 불렸던 민어는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몸이 옆으로 납작한 형태로 아래턱은 위턱보다 짧다. 턱에는 2쌍의 구멍이 있다. 꼬리지느러미가 길고 참빗 모양이다. 등 쪽은 회청색을 띠고 배 쪽은 연한 흰빛이다. 몸길이는 개체별 편차는 있지만 90cm에 달한다. 

 

주로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 분포하며, 동해안에는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덕적도 연해와 전라도의 신도 연해에서 많이 잡힌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식재료로 선호돼 온 민어는 어업의 역사도 긴 편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에는 경기도·충청도·전라도·황해도 등에서 잡혔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조선 후기 문관 정약전이 귀양을 떠나 저술했던 ‘자산어보’에도 민어의 기록이 등장한다. ‘산란기를 앞둔 여름철에 갓 잡아 올린 것이 가장 맛있다’고 적혀있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여름철 냉해지는 오장육부의 기운을 회복하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고문헌에서 전해지듯 민어의 제철은 6월~7월로 꼽힌다.

 

민어는 회, 구이, 찜, 탕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소비되는 만큼 ‘버릴 게 없는 생선’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부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민어 부레를 먹으면 민어 한 마리 다 먹은 것과 진배없다’는 말이 매우 유명하다. 그만큼 민어 부레는 민어의 특수 부위로서 귀한 식재료로 꼽힌다. 얇게 썰어 기름장에 찍어 먹는 방식이 가장 선호된다. 이외에도 껍질을 데쳐서 먹거나, 간을 기름장에 찍어 섭취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부위를 즐길 수 있는 생선인 셈이다.

 

◆ ‘큰민어’, ‘홍민어’ 우리가 아는 ‘민어’ 아냐… 구별법은?

민어와 헷갈리는 명칭으로 불리는 생선으로 ‘큰민어’와 ‘홍민어’가 있다. 이들 어종은 우리 근해에서 잡히는 자연산 민어와는 전혀 다른 어종이지만 명칭에 민어가 들어가는 만큼 민어의 한 종류로 인식돼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는 민어와 전혀 다른 어종이면서 유사한 명칭이 사용되다 보니 소비자의 정확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큰민어의 정식 학명은 ‘Argyrosomus japonicus’이며 정식 명칭은 ‘남방먹조기’다.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며, 진짜 민어와 다르게 측선(옆줄)에 점이 이어져 있는 것이 외형적 차이다. 민어의 일본식 이름은 ‘니베’인데, 큰민어는 일본식 이름인 ‘오오니베’를 그대로 차용해 국내 표준명으로 사용하면서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에서 같은 코드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한때 같은 종으로 분류돼 큰민어를 민어로 판매하는 일이 흔했다.

 

‘민어’와 ‘큰민어’(남방먹조기) 차이. 해양수산부 제공
‘민어’와 ‘큰민어’(남방먹조기) 차이. 해양수산부 제공

 

홍민어라고 불리는 점성어 역시 진짜 민어와는 종이 아예 다르다. 정식 표준명은 ‘점성어’이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여전히 홍민어라는 명칭과 혼용되어 쓰이곤 한다. 외형상 진짜 민어와 가장 뚜렷한 차이는 지느러미와 반점이다. 점성어는 등지느러미 가시가 11개에 달하는 반면 진짜 민어는 9~10개에 그친다. 또한 점성어는 민어와 달리 꼬리자루 부분에 1~2개의 뚜렷하고 큰 검은 반점이 박혀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원물 상태가 아닌 이미 손질된 상태에서의 구별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꼽힌다. 첫 번째는 뜨거운 물로 껍질만 살짝 익히는 숙회(마스까와) 방식의 작업을 했을 때의 껍질 식감이다. 민어는 껍질을 데치면 매우 부드럽게 씹히지만, 큰민어와 점성어는 비늘이 크고 껍질이 두껍고 거칠어 입안에서 질겅질겅 질긴 식감이 그대로 남는다.

 

두 번째이자 가장 확실한 구별법은 민어의 꽃이라 불리는 ‘부레’다. 자연산 구산 민어의 부레는 선분홍색을 띠며 인절미처럼 쫀득쫀득한 별미를 자랑한다. 반면 큰민어의 부레는 백색을 띠며 물컹하고 꼭 비닐을 씹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점성어의 경우 부레가 존재는 하지만 크기가 작고 질겨서 식용으로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명백한 구별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 현장의 제도적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소비자 혼란이 커지자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3년 큰민어(남방먹조기)로 병기하도록 수입물품 표준품명 개정안에 수입산 활 큰민어를 추가했다. 병행 표기로 민어와 같은 종류의 생선이라고 오인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유통과정에서 큰민어(남방먹조기)를 두고 ‘민어와 전혀 다른 종의 생선입니다’라고 명시할 리 만무한 만큼, 단순 병기 제도의 실효성은 여전히 숙제다.

 

단속과 고발이 이어지면서 큰민어나 점성어를 진짜 국산 민어로 완전히 둔갑시켜 속여 파는 사기성 행위는 많이 줄어든 모양새다. 문제는 명칭의 정비 이후에도 현장에서 과거 명칭인 ‘홍민어’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예 ‘민어’라고 속여 파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홍민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탓에 소비자가 이를 민어 종류로 오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실 이 같은 혼란은 과거 학계와 당국이 명확한 기준 없이 ‘홍민어’와 ‘점성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혼용해 사용하다가 뒤늦게 점성어로 통일했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 유통 현장의 오랜 관행을 만들어낸 일차적인 책임이 정책 당국과 학계의 모호했던 과거의 결정에 있는 셈이다. 명칭이 바뀐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유통 현장의 변화와 제도 정착이 여전히 더딘 실정 역시 과거 제도의 잔재가 현장에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홍민어는 과거 점성어로 통일되기 전 점성어를 지칭하기 위한 명칭으로 공식적으로 병행 사용됐었기 때문에, 이를 유통업계나 상인들만의 잘못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당국이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유통 현장의 오랜 관행을 깨고 표준명인 ‘점성어’ 표현으로 완전히 바꿔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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