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발발 이후 정부가 농업용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등의 지원을 펼치고 있음에도 농가 10곳 중 8곳의 유류비 부담이 21% 이상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농사에 필수적인 비료와 포장재 등도 농가가 체감하는 가격이 20% 이상 줄줄이 올랐다. 중동전쟁 여파가 지속돼 유류·비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내년 생산되는 농작물의 영농준비가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 농가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자재 수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조사에서 배추 농가의 79.5%는 유류비 부담이 21% 이상 늘었다고 답변했다. 무는 76.4%, 양배추 78.3%, 당근 88.5%는 유류비가 지난해보다 21% 이상 상승했다고 응답했다. 비료비가 21% 이상 올랐다는 응답도 배추 23.5%, 양배추 24.9%, 무 18.0%, 당근 11.3%로 조사됐다. 포장재는 양배추 27.1%, 배추 25.2%, 무 25.0%, 당근 12.2%, 멀칭필름은 배추 29.4%, 양배추 27.6%, 무 26.4%가 21% 이상 상승했다고 답했다. 호르무즈 봉쇄 영향으로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유류비 부담이 컸던 시기이자, 비료와 필름 등 필수 자재의 수급 우려가 높았던 시기였다.
배추와 무는 생산비에서 농자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품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비 가운데 비료비 등 재료비 비중은 고랭지 무가 19.6%로 가장 높았고, 양배추 18.9%, 고랭지 배추 17.0%, 당근 16.1% 순이었다. 농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는 의미다.
농가들은 당장 재배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답했지만 비용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자재 가격과 수급이 영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양파 70.2%, 마늘 64.5%였지만, 재배면적 축소를 고려한다는 응답도 각각 15.3%, 15.0%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농자재 가격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재배면적과 생산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배면적 유지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자재 지원, 계약재배 확대 등 정책적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 영농 준비가 시작되는 3~4분기에는 자재 수급과 가격 부담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농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하반기 자재 수급을 사전에 점검하고 농가 지원 시점도 작형별로 정교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유류비의 체감 상승 수준이 다른 자재보다 높게 나타나 농가의 주요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의 지원 연장과 지급 한도의 탄력적 조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엽근채소·양념채소 농자재의 80% 이상이 농협 계통공급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농협 공급망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농가의 자재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마늘·양파·건고추에 사용되는 농자재의 81.1~89.2%는 농협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이에 농협의 자재 비축·계약·물류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고, 비료·멀칭필름·포장재 등 핵심 자재를 중심으로 사전 계약과 비축 확대 방안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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