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법사위 ‘쿠팡 보고서’ 연장선
대미 외교로 사실 왜곡 바로잡아야
미국 백악관이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문제 삼으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미 백악관 당국자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이재명 정부가 쿠팡을 콕 찍고 있다(single out)”면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적으로 표적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국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시장 접근 제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언급까지 했다. 백악관이 특정 기업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을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이다. 쿠팡 사태가 기업과 정부 간 분쟁을 넘어 한·미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백악관 입장은 전날 공개된 미 하원 법사위원회의 쿠팡 관련 보고서와 맞물려 나왔다. 보고서는 35쪽 가운데 절반 이상을 쿠팡 사례에 할애하며 한국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된 ‘피해 기업’으로 묘사했다.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받는 전직 직원의 노트북을 중국에서 회수한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쿠팡 측 주장도 그대로 담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설명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보고서가 정부 입장과 사실관계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국가정보원도 관련 내용을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쿠팡 측 논리가 미국 정부와 의회의 판단을 좌지우지한 셈이다.
쿠팡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문제 제기는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일부 미 의원들은 주미 한국대사관에 서한을 보내고 공개 청문회에서도 쿠팡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백악관과 미 의회가 사실상 쿠팡 측 일방 주장에 무게를 싣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우리 정부의 설명과 대응이 미국 정책 결정 과정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로비 역량이 일개 기업보다 못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이 쿠팡 건을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통상 갈등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 향후 미국이 무역법 301조 조사나 디지털 통상 압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안을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미 외교 라인이 구체적 사실에 근거해 미국 측의 편향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하반기에는 원자력 협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논의 등 한·미 간 주요 안보 현안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기업을 둘러싼 개별 분쟁이 통상과 외교, 안보 협력 전반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제재는 기업의 국적과 무관한 법 집행의 영역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해야 한다. 쿠팡은 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점이 인정돼 과징금을 부과받고 수사도 받고 있다. 앞서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쿠팡과 동일한 처분을 받았다. 쿠팡 논란이 불필요한 한·미 통상 갈등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보다 기민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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